반면 트라시마코스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주장을 비웃으며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시모니데스의 입장에서 트라시마코스와 열띤 논쟁을 벌인다. 논쟁에서 화를 내면 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나보다. 트라시마코스는 소크라테스의 논리에 밀려 결국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트라시마크스가 자리를 비우자 소크라테스의 세상이 왔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정의란 서민의 절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의 용기,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지혜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통치자들의 지혜다. 그리고 그런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철학자이고, 이런 철학자가 정치를 하는 나라는 이상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지혜가 무엇일까? 지혜는 지식과 다르다. 교육기관을 통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식을 배운다. 한글 맞춤법, 수학공식, 영어단어 등. 그리고 이렇게 배운 지식은 항상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잘 사용한다. 반면 지혜는 교육기관과 관계없이 체득 혹은 습득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잊어버린다. 그런가 하면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것이 바로 지혜다. 이런 지혜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배우지만 상황에 따라 배운 대로 행동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체득이니 습득이니 하는 말을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같기에 플라톤도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이런 지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소크라테스는 거짓말 하지 않기와 남의 물건 돌려주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플라톤은 왜 통치자가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했을까라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런 생각을 뒤집으면,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지만 통치자는 거짓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남의 물건을 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통치자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플라톤은 강조하고 있다. 플라톤의 생각은 단순하다. 플라톤은 이상(理想)국가를 지향했고, 이상국가를 위해서는 통치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런 이상국가에서 통치자가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느냐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요즘 충청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과학벨트 사업이다.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약속이었으며 구상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충청권이 아닌 다른 지역까지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몇 년 전의 의료첨단복합단지도 그렇고 자기부상열차도 그랬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약속하고 다르게 모든 것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번만은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충청권 정치가들의 처절한 입장이다.
이상국가는 아니지만 G20개최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 정부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이런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이라면 지혜가 무엇인지 거짓말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정의가 트리시마코스가 주장한 강자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다. 충청권 과학벨트는 어떤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하는 통치자가 있는 한 G20이 아니라 G10을 개최한다 해도 정의는 없으며 거짓말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플라톤의 생각이 충청권의 처절한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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