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국민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원한다
새해 들어 김정일 정권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적십자사의 전화를 재개통하고,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및 개성공업지구를 위한 실무 회담을 제의해 왔다.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단체와 사회단체에 팩스 문서를 보내서 중국에서 회의를 개최할 것과 남북 간에 공동행사를 할 것도 제안해 왔다. 그들이 대화를 제의하는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대화를 제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대다수 국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북쪽 정부가 보인 외교상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태도와 수 없이 저지른 무력 도발 때문에 그들을 신뢰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1950년에 남침을 감행했고, 버마의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금강산 관광객 저격 살해, 천안함 폭파에 이어, 이번에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북녘 동포들에게 쌀과 비료를 실어다준 남한의 구호선이 동해바다 원산항을 떠나기 무섭게 서해바다 연평도에 폭탄을 퍼부어 민간인까지 죽이는 도발을 감행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는 일언반구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대화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기서 우리 국민이 생각해야 할 것은,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과거 정권들이 북쪽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도 왜 굴욕적인 외교행각을 벗어나지 못했느냐 하는 문제다.
굴욕 외교는 국민이 거부한다
그런데, 지난 14일자 모 일간 신문에 논평 없이 소개된 내용 중 김모 전 국정원장이 일본의 월간 잡지 '세카이(世界)'에 기고한 글의 내용은 논자를 아연실색 하게 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이명박 정부의 대결적 정책이 초래한 결과이며, '한국군의 해상 사격 훈련은 북에 대한 공격행위'라는 북쪽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북정책의 총수였던 이가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이런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권국가의 권리를 주장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진 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잘못이 있다면 국방을 소홀히 하고 무사안일에 빠진 군부를 엄하게 다스리지 못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 영토 안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까지 이웃 나라나 북쪽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연평도 포격을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안기는 것은 경계해야 할 시각이다.
대한민국이 왜 무슨 이유로 북한 혹은 그 어떤 나라에 테러를 당하고 침공을 당하고 관광객과 민간인과 젊은이들의 목숨을 내주면서까지 끌려 다니는 굴욕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인가? 민생은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죽어가고 있는데 지도층은 세계 어느 나라의 부호들 못지않게 호의호식하며 경제를 일으켜야 할 예산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서 공영 방송을 통해서까지 수시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들과 이 시점에서 어떻게 무슨 대화를 한다는 말인가.
평화공존을 위해 백보를 양보해서, 최소한 과거의 폭거를 시인하고 안전을 보장하라는 것이 현 정권의 자세가 아닌가. 그것도 요구하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어떤 국민이 신뢰를 줄 것인가. 우리 국민은 가진 것을 주면서 말 한 마디 못하는 외교, 원조한 돈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만드는 정권을 원치 않는다. 입을 모아 대화를 촉구하지만, 침 뱉는 입술에 어떻게 입 맞추며 가슴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포옹할 수 있겠는가. 북쪽이 진정 대화와 평화공존을 원한다면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보장할 것은 보장해야 할 것이다. 상호주의가 곧 대화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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