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empathy)이란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느끼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단순한 동정(sympathy)을 넘어선 정서다. 그런데 이러한 공감적 능력이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발전되지 못하면 한정된 범주의 사람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작용하기도한다.
외모, 생각, 소속집단 등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갈등이 공감의 부재속에서 발생하며 대표적인 경우가 집단따돌림 이라고도 하는 '왕따현상'이다.
왕따하면 흔히 학내에서의 왕따를 떠올린다. 왕따로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자살에까지 이르렀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청소년 7명중 1명이 인터넷상 왕따를 경험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왕따는 자기들과 외모나 성격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수가 특정인 또는 소수를 따돌리고 언어적· 신체적 폭력까지 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왕따는 직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다. 얼마전 C 기업 직원이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며 우리 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내용인즉슨 진정인이 파업불참문제로 직장 선배와 술자리에서 말다툼하다 폭행이 발생했는데 회사가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진정인만 징계했다는 것이다.
회사와 파업불참자들은 노조가 인사안하기, 모른척하기, 경조사 참여 안하기, 동아리활동 같이 안하기 등 지침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파업불참자들을 왕따시켰으며 이로 인해 파업 불참자들이 말할 수 없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진정인 및 노조는 왕따 사실을 부인하였지만 관계자 진술이나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왕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몇 년전 한 대기업이 장기파업을 겪었는데 파업이 길어져 회사의 피해가 커지면서, 비조합원들이 내부 인트라넷 등을 통해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였고 파업이 끝난 이후에는 파업참여 조합원들이 비참여 조합원들을 비난하고 왕따하는 일이 발생됐다.
파업이 끝난 후 회사는 직원간 반목을 치유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했다. 물론 직장에서 이런 류의 왕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개인의 성격상 문제로 능력이 너무 떨어지거나 출중하다는 이유로 왕따가 일어나기도 한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무시하고 배척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왕따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수자와 약자를 잘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보수적, 배타적인 문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다 어린시절부터 토론 없는 정답교육에 길들여지다 보니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데 익숙지 못하다. 노사를 떠나 한 회사 직원이고 출신, 소속을 떠나 한 나라 국민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하는 습성이 부족하다. 공감의 시대, 글로벌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사회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세계에서 소통하기 가장 쉬운 문자인 한글을 가졌으며,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가다. 공감하는 습관을 키우고 공감적 유대감을 넓혀가는 노력을 전 사회적으로 기울인다면 왕따 없는 사회 아니 세계에서 가장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진 대한민국이 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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