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이후 FA를 선언했던 한화이글스의 두 노장 이도형(36·포수)과 최영필(37·투수)이 결국 국내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이들이 FA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이들은 한 때 팀을 이끌던 주축에서 어느새 30대 후반의 노장이 됐고, 지난 시즌 성적도 썩 좋지 않았다. 성실함으로 선수생활을 이어왔지만 젊어져가는 구단에서 자리를 유지하기가 벅찼다.
게다가 보상금과 보상선수라는 높은 기준을 적용한 FA제도 탓에 타 구단도 이들을 데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마디로 잘되면 잔류나 이적이요, 잘못되면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것이 FA선언인 셈이다. 때문에 원 소속구단에서 FA는 일종의 사표와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들의 FA 선언이 너무 섣부른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았고, 최영필의 경우 FA신청을 뒤늦게 후회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한화 구단은 지난 주말 FA가능성이 희박해진 두 사람을 만나 팀에 남아 선수단을 지원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은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최영필은 해외 야구무대로 진출을 준비하고, 이도형은 인천에서 개인사업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FA신청만 하지 않았다면 팀에 잔류할 방법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잘 해보겠다는 의욕에 따라 신청한 FA가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이도형은 거포 포수로 팀의 중심타선에 공백을 메우거나 하위 타선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목이었다. 수년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낸 장타력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 없다. 최영필 역시 부상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전까지 전천후 투수로 많은 역할을 했다. 팀 리빌딩 기간 동안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장들의 의욕이 희망이 아닌 절망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고, 프로야구계에서는 또 한 번 FA미아가 생겨나고 말았다.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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