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대전 중앙동 한의약거리. 한약재값 폭등으로 썰렁한 한약시장이 한바탕 진통을 겪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전북과 충남도, 충북도까지 3개 도(道)를 아우르던 대전의 한의약 거리의 명성이 쇠퇴 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약재값 폭등에 다시 한번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중앙동 한의약 거리는 한약 관련 영업을 하는 한의원과 한약방, 건재상 등이 50여곳 밀집해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번성했던 이 거리가 지나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찬기운이 감돌고 있다.
▲ 최근 한약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동구 중앙동에 위치한 한의약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손인중 기자 dlswnd98@ |
국내 유통되는 한약재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예 재배조차 되지 않는 한약재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지난 2009년 중국 최대 한약재 생산단지인 사천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한약재값이 조금씩 꿈틀거리더니 올해들어 약재값이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600g에 7000원에 불과하던 당귀 값이 지금은 3배 가까운 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당귀를 비롯한 구기자, 맥문동, 백수오, 산수유 등 상당수의 한약재들이 적게는 50%에서 270%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한의약거리에서 3대째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7)씨는 “할아버지때부터 운영해오며 약간의 가격 변동은 있어왔지만 이번은 좀 다른것 같다”며 “인상 수준이 아니라 폭등에 가깝다. 어디까지 값이 오를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한약재 값이 올랐다 하더라도 첩약 값은 올릴 수 없다는 점. 한약, 보약 수요가 턱없이 줄면서 한약 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값이 오르면 더욱 찾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1재(20첩)에 9만~10만원에 이었지만 한약재값은 두배이상 올랐어도 첩약값은 1만~2만원 정도만 값이 오른 상태다.
한의약 거리에서 40년째 건재상을 하고 있는 성재수 사장은 “아예 보약 자체가 잘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게 값이 한꺼번에 폭등한 경우를 처음본다”며 “손님들이 값을 물어보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아 침체된 시장이 더욱 침체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약사 A씨는 “그나마도 손님이 많이 준건데 손님이 10% 이상 더 감소한 것 같다”며 “오랜시간 명성을 이어왔지만, 가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내 세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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