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우리의 경제는 일본을 모델로 한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규모 기업집단에 절대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중산층의 실종을 가져 왔으며 정치와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함께 이루어져야 했을 산업 경제적 공정성을 되찾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이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지 아니한 집단이나 사람의 어떠한 경제적 활동도 사실상 우리 사회의 제도권 밖에 놓여지게 됨으로써 이들을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는 동방예의지국을 표방하던 윤리적 사회공동체에서 부지불식간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판치는 천민자본주의 사회로 변질돼 가고 있는 걱정을 낳았다.
이러한 배금주의는 곧 바로 교육현장에 그 폐해가 투영돼 그 악영향이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정신을 파먹어 들어가고 있다. 입시 위주로 짜여진 중등학교 학사일정 그 어디에도 동·서양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철학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역사교육은 영어 단어와 수학문제에 밀려 먼지 쌓인 책들만 가득한 현실이 된지 오래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기능주의 효율성 우선의 정책들은 교육의 가장 기본적 원칙의 상실은 학교를 입시학원화 시켜 버렸을 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정신적 피폐를 가져왔다.
우리는 얼마 전 신문에서 집권여당의 대표의 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 법조인을 양성하는 서울법대 로스쿨에 불법으로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4선의 야당의원의 폭로와 그것을 사실인양 확인해준 제1야당의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론에서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곧 현정권과 집권여당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조국 교수의 글 하나에 곧 허위로 드러나고 바로 폭로의원과 민주당은 사과했다. 전도 양양하던 한 젊은 여당 국회의원이 대학생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몇몇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여자 대학생들에게 성적 폭언을 함으로써 해당 학생들과 여자 아나운서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여성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 바로 몇 달 전이다.
둘다 외국 같으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 혹은 정치적 행위이지만 그들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기업의 상속인이 맷값을 주고 근로자를 폭행한 어이 없는 일이 벌어 진지 얼마 안되었다.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의 일반 상식에 벗어난 행동양식과 도덕 불감증은 위의 3건이 아니라 해마다 매월 일어나고 있다. 모두 교양인의 사고로는 할 수 없는 언행들이었다.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가진 교양인이 그리운 시대다. 최고의 법률가, 교수, 세계시장에 내 놓을 대기업과 제품들, 세계적 스포츠인 등 우리사회에서 배출한 각종 전문인은 넘쳐 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국제 무대에 내 놓을 수 있는 교양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있는 대답을 선뜻 내놓기 힘들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자질은 전문가보다는 교양인이었다.
동서고금의 석학·정치가·기업인들은 대부분 교양인이었고 교양인으로서의 자질이 갖추어 지지 않은 전문인들이 정치·경제·사회적 힘을 가질 때는 사회가 파국을 맞을 때가 적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과 결혼한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는 유럽 최고의 교양인이었다고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경영학적 공식을 외우는 전문인일까 아님 교양인일까 자문해 본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자랑하는 중동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적 보편성을 지닌 교양인이 되지 못하면 영원한 2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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