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
우리 민족의 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연주단원들의 의기는 양양한데, 국악은 식전행사나 불러다 쓰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저는 취임 4개월 후, 개원 20주년 기념공연 초대의 글을 통해서 150만 시민 모두에게 이렇게 언약을 했었습니다.
30년 전 성취동기가 30년 후 그 사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진리를 좇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도록 국악사랑에 흠뻑 빠진 연정 국악연구원 대전시민을 문화국빈으로 받들어 모시려던 연정선생처럼 우리 모두는 지나온 스무 해 보다 앞에 놓인 십 년을 더욱 성심껏 준비하겠나이다. 이렇게 성심을 다해서 10년을 준비하겠다고….
저는 지난 10년 동안을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아무리 성심을 다한다 해도 수요자를 쫓아다니며 1년에 100회도 훨씬 넘는 공연을 소화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비효율적인 일이란 걸 말입니다. 그래서 2004년부터 관광 상품화를 위한 화요상설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정 국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연간 24회 정도 말입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화요상설공연의 고객층은 역시나 대덕 연구 단지를 찾는 내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나면 기념촬영을 하느라 야단법석인데, 저는 그때마다 우리 연정국악원(대전국악당)을 대덕연구단지와 가장 인접한 곳에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국악전용극장을 짓겠다고 공약한 염홍철 시장에게 대덕연구단지와 3군 본부, 그리고 세종시에서 가장 접근이 용이한 도안동 호수공원 부지를 제1안으로 보고를 했고, 심도 있게 검토됐습니다만, 당초 계획이 생태습지로 축소되는 바람에 부득이 국악당 부지를 둔산 공원쪽으로 바꿔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정선생님! 한시라도 빨리 국악당을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마한 연못과 석등도 듬성듬성 있는 한국식 정원에, 서울 남산국악당처럼 그런 엣지있는 전통 한옥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국악당이 완공되면 지난 30년 동안 해왔던 찾아가는 공연, 초청공연, 국악강습 등은 이제 지역 예술단체의 몫으로 돌려주려 합니다. 그리고 연정국악원은 첨단과학도시 대전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변화를 시도하려 합니다. 민족의 얼이 살아 숨 쉬는 국악을 문화산업으로 접목할 책무가 연정국악원에 있지 않습니까? 국악 전용극장만 마련된다면 국내ㆍ외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국제일의 국악당으로 키워낼 자신이 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서정주의 시처럼, 21세기 국부창출을 주도하는 첨단과학도시 대전, 대전의 문화 아이콘이 되기 위해 연정국악원은 숙명처럼 30년 동안 애써 달려 왔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제가 연정 당신을 문화의 21세기를 예견한 선각자라 호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로 완벽한 성년(而立)이 된 연정국악원은 이제 대한민국을 세계일등 국가로, 대전을 우리민족의 역사적 정신적 혈통을 이어갈 대한민국 신중심도시로 자리 매김 되게 할 문화아이콘으로 우뚝 세우겠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