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메가마인드] 영웅? 악당? 마음먹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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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메가마인드] 영웅? 악당? 마음먹기 달렸다

감독: 톰 맥그라스. 목소리 출연: 윌 페렐(더빙판은 김수로), 브래드 피트.

  • 승인 2011-01-13 18:54
  • 신문게재 2011-01-14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외계의 행성에서 태어나 지구로 온 메가마인드. 같은 시기에 지구에 온 메트로맨이 행복한 가정에 보내져 자란 것과 달리 교도소에서 길러진다. 친구들에게도 늘 왕따였던 메가마인드는 점점 비뚤어지고, 마침내 최고의 악당이 되기로 작심한다.
 

슈퍼히어로 판 슈렉? 구름 낀 하늘같은 푸르뎅뎅 피부, 비쩍 마른 몸에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 생김새하며 못된 짓을 일삼는 건 슈렉과 영 딴판이지만 심성만큼은 영락없는 슈렉이다.

 ‘슈렉’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동화속의 통념들-공주는 다 예쁘고 조신하고 결혼도 꼭 왕자와 한다. 왕자의 키스를 받아야 마법이 풀린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등등-을 헤까닥 뒤집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동화책을 찢어버리는 일탈의 세계, 통쾌하고 후련했다.

 ‘메가마인드’도 헤까닥 뒤집는다. 슈퍼맨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에 대한 통념들을 비튼다. 주인공 메가마인드는 외계에서 날아온다. 혼자서가 아니라 메트로맨과 함께 온다. 메트로맨은 정 많은 양부모에게서 자라나 영웅이 된다. 누가 봐도 ‘슈퍼맨’의 패러디다. 영화는 여기에 의문을 품는다. 만약 슈퍼맨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 결과가 바로 메가마인드다.

 그리곤 정의가 악을 이긴다고? 천만에 말씀. 못된 짓만 하기로 작심한 메가마인드는 영웅 메트로맨을 제거해버린다.

 영화는 사실상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장애물이 사라지자 못된 짓도 영 재미가 없다. 그래서 착한 영웅을 만들어내지만, 웬걸? 시민을 지켜야 할 착한 영웅 타잇탄은 제 잇속만 차리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여기에 진정한 슈퍼히어로라고 믿었던 메트로맨의 비밀이 드러난다.

 진정한 영웅은 과연 누굴까. 메가마인드는 형편없는 악당이고 말투도 곱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근사하고 다정한 녀석이다. ‘삐딱이’지만 심성이 곱고 착한 게 딱 초록 괴물 슈렉이다.

 탄탄한 스토리,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유머, 꽤 잘 연출된 3D 화면, 교훈적 메시지는 어린이 영화로 딱 이지만, 어른들 오락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슈퍼맨’과 ‘킹콩’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장면, 특히 ‘대부’의 말론 브랜드를 흉내 내고,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패러디한 장면은 어른들만 웃을 수 있는 코드다. 건스 앤 로지스의 ‘웰컴 투 정글’, AC/DC의 ‘하이웨이 투 헬’, 오지 오스본의 ‘크레이지 트레인’, 조지 써로굿의 ‘배드 투 더 본’과 같은 신나고 귀에 익은 록 음악도 어른들 거다.

 슈퍼히어로들을 이른바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나 잘나고 잘난 체하는, 똑똑한 척 해도 속내는 속물인 주변의 누군가와 빗대보라. 그들을 비꼬아대는 언어는 속 시원하다. 악당이 생기는 게 소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통찰도 날카롭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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