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란 단어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치장한 마법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다. 게다가 니콜라스 케이지와 론 펄먼이 출연한다. 중후한 연기에, '헬보이' 론 펄먼은 기괴한 느낌을 더 하리라. 감독도 도미닉 세나다. '스워드 피시'에서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로 담아낸 액션 스타일리스트다. 뭔가 기괴한 분위기에 화려한 마법이 눈부실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은 이런 기대를 산산이 깨부순다.
영화 속의 '마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가 아니라 싱겁게도 교회의 마녀사냥에 붙잡혀 '마녀'로 지목된 소녀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론 펄먼은 이 소녀를 수도원까지 호송하는 기사다. 케이지나 펄먼이나 기대만큼 제 몫을 해내지만 영화 전반의 흐름이 빈약한 탓에 영 살지 않는다. 더욱이 뜻밖에도 좀비 호러물이다.
시작은 좋다. 십자군이 이교도와 싸우는 오프닝은 강렬하다. 호송되는 소녀가 진짜 마녀일까, 아니면 음모의 희생양일까 하는 의문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중세의 성, 음습한 숲, 계곡과 계곡을 잇는 끊어질 듯한 다리 등 음울하고 스산한 비주얼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녀냐 아니냐'를 두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던 소녀는 싱겁게 정체를 드러내고, 영화를 끌고 가는 호송단의 에피소드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간간이 액션이 곁들여지지만 평범한 수준이다. 중후반 초현실적인 악마와 호송단의 대결로 급변하는 과정도 뜬금없다. 판타지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부족한 편이다. 굳이 미덕을 찾자면 오랜만에 만나는 중세 좀비 호러라는 것 정도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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