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잔여세대 분양 접수 현장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204세대 모집에 1만여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12일 새벽부터 온종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LH 세종시본부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LH 세종시본부의 업무 착오 때문이다. 세종시본부는 지난 7일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한다고 발표했다. 접수 순서에 따라 계약 우선권을 줄 방침이었다. 마감 후 추첨을 통해 13일 계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LH는 이날 돌연 선착순 분양에서 추첨을 통한 분양으로 바꿨다.
새벽부터 오전 8시 현재, 500여명을 시작으로 매시간 1000~2000명씩 몰리면서 오후 4시 1만여명이 주변 일대를 가득 채운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청의 한 직원이 “오늘은 개청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 12일 LH에서 시행하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잔여세대 분양현장의 건설청 인근 국도에 한때 몰려든 차량들로 도로가 마비 되었으며 1만여명의 인파속에 번호표를 타고 기다리는 줄의 끝이 보이질 않아 인기를 실감케 했다./김상구 기자 |
서울에서 온 정미영(49)씨는 “선착순이라고 해서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신청자 대부분이 선착순 계약으로 알고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추위 속에서 접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잔여세대 분양방식이 뒤바뀌면서 접수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새벽부터 추위에 떤 신청자들은 집단으로 세종시본부 현관에서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찍 도착해 200번째 안에서 마음놓고 기다리던 분양신청 예정자들의 감정은 격하게 달아올랐다.
한정섭(51)씨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아무리 집을 파는데만 신경 쓴다고 해도 기본조차 안돼 있다”며 “당첨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늦게 도착한 신청자들도 가세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파가 급증하면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강당과 홍보관, 건물 내 계단 등 건설청과 세종시본부 건물 곳곳에서 몇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식사는 엄두조차 못 내고, 곳곳에서 '새치기'로 다툼이 벌어졌다.
수원에서 온 이기영(39)씨는 “선착순 계약이 아니라 접수기간을 여유 있게 했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마음 같아선 불매운동까지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신청자들의 차량으로, 건설청과 세종시본부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가 막혔고, 여파가 민원인 등 지역주민들로 확대돼 마찰을 빚는 등 곳곳에서 LH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유 있는 신청자도 있었다. 대전에 사는 강규명(41)씨는 “반신반의하며 고민만 하다가 분양 신청 시기를 놓쳤는데,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 보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LH 세종시본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 없지 않고, 여러 문제가 생겨 유감스럽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모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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