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첫째,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을 받으면서 총대를 멘 국무총리, 청와대 그리고 거대여당인 한나라당과 충청인과의 싸움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보다는 기업도시로 건설되는 것이 충청도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는 일부 충청도민, 광역자치단체장 등의 의견으로 충청권이 분열돼 있었다.
그러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충청권의 모든 구성원이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가 충청도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설 것 같지도 않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세종시 문제와 달리 총리를 비롯한 정부도 일사불란하게 충청권 입지를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세종시 문제 논란 과정에서 각종 발표를 통해서 충청권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최적 입지라고 여러 번 강조했으니 이번에 나서서 딴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2012년 총선을 의식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10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러 명의 최고위원이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발언했다. 박성효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충청권의 민심을 잃거나 분노를 산다면 2012년 총선에서 충청권에 대해 기대는 하기 어려울 것”, 정두언 최고위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이미 정부가 최적지라고 발표를 한 것을 고려할 때 세종시로 가는 것이 정답”, 그리고 나경원 최고위원도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세종시 문제 때보다는 충청권은 분열돼 있지 않고, 상대편은 수도 많지 않고, 분열돼 한 가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쉬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충청인은 세종시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 행정력을 총동원한 국무총리, 그리고 많은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낸 경험이 있다. 이제 대통령 선거공약 사항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 문제는 세종시 문제보다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학습되어 있다.
셋째, 세종시 문제에서도 그랬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의명분 면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과학벨트의 충청권 이외 입지를 강력하게 주장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신해서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 지도자는 선거과정에서 한 약속을 지키는 데 있다. 그래서 국민은 선출된 지도자가 비록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더라도 그 지도자를 존중하고 그 지도자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과정에서는 당선되기 위해서, 표를 얻으려고 철썩 같이 약속하고 당선 후에는 환경이 바뀌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바탕인 신뢰를 깨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은 선거과정 자체를 불신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선출될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그리고 모든 선출직은 권위를 존중받지 못하게 되고 국민을 대표해서 정책을 입안, 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분석한 결과를 비추어 볼 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건설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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