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농촌 인심까지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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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농촌 인심까지 삼켰다

마을주민 반대에 모친 안장 못해 '황당' 축산농가는 경조사 방문조차 조심조심

  • 승인 2011-01-11 17:05
  • 신문게재 2011-01-12 5면
  • 백운석 기자백운석 기자
구제역 파동으로 훈훈했던 농촌마을의 인심이 팍팍해지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로 사자(死者)의 안장식을 갖지 못하는가 하면, 축산농가들이 경조사집 방문을 꺼리는 등 구제역 파동이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농민이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취소는 물론 농·축협 조합장 선거마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지역축산농가와 농협 충남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모친(윤모씨·86)상을 당한 최모(51·충북 증평군 증평읍 신동리)씨는 뜻밖의 일을 겪었다.

작고한 모친을 이틀 뒤인 9일 괴산군 소수면 A마을 인근 야산 부친 묘소 옆에 안장하려 했으나 구제역을 우려한 마을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청주의 한 화장장에서 시신을 화장해 청원군 오청읍 오창공원묘지에 임시 안치했다. 최씨는 구제역 파동이 종료되는대로 모친을 부친 묘소 옆에 안치할 예정이다.

또 구제역 발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충남지역 내 축산농가들은 가족·친지 및 지인의 상가·혼인집 방문을 삼가고 있다. 구제역 발생을 우려해서다.

구제역 확산으로 농협 및 축협조합장 선거도 잇따라 연기됐다.

오는 18일과 25일 있을 예정이던 연기·축협조합장 선거와 당진 고대농협조합장 선거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신년사업 설명하기 위해 지역농협이 1월 말 또는 2월 초 열던 조합원총회도 구제역 파동으로 전면 취소됐다. 이들 농협은 추후 일정을 잡아 총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밖에 농협은 농한기인 겨울철에 열던 각종 회의와 농민 교육을 무기한 연기했다.

충남지역 한 농민은 “구제역 확산으로 넉넉했던 농촌의 인심이 팍팍해지고 있다”며 “축산농가의 경우 경조사집은 물론 시장에 가는 것 조차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백운석 기자 b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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