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천 불법 썰매장 단속 딜레마

“아이들 좋아하는데 왜 막나” 시민 항의… 우후죽순 노점상도 골치

민간업자가 유등천에서 썰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 대전시가 단속 딜레마에 빠졌다.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겨울철 동심(童心)을 생각하면 정작 단속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서구 복수동 유등천변에는 썰매 대여상이 우후죽순 자리를 잡았다. 상인들은 하천 둔치에 영업을 위한 천막을 쳐놓고 “썰매 대여합니다”라는 문구까지 내걸고 성업 중이다. 크기에 따라 3000~5000원씩을 받고 썰매를 대여해 주고 있다.

주말이면 자녀와 함께 나온 1000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이곳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하천법 33조에는 하천의 토지를 점용하려면 하천관리청의 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유등천 상류쪽에 폭설과 한파로 하천이 결빙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추억의 썰매를 즐기고 있으나, 불법으로 하천을 점유한채 영업을 하고 있어 잔디 파손 및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김상구 기자 ttiger39@

하지만 썰매상들은 대전시에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시설물 설치 등으로 하천을 점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불법행위는 비단 썰매상 뿐만 아니다.

어묵과 음료 등을 파는 노점상들도 앞다퉈 들어서 하천을 점용하고 있다.

인근 도로는 시민들과 상인들이 가져온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복수동 주민 이모(45)씨는 “썰매를 타러 온 시민들이 왕복 2차선 도로에 무차별적으로 주차해 놓아 차량 통행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같은 일은 최근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1월이면 어김없이 썰매상과 노점상이 유등천을 점령하고 있는 데 대전시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시민 항의 때문이다.

실제 단속 공무원이 수차례 현장에 나가 행정지도를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 왜 못하게 하느냐?”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썰매상, 노점상 등을 단속해야 옳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단속을 원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최대한 안전을 당부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각 구청에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