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복 덕산고 교장 |
언론 보도나 인터넷상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심지어는 수업 시간에 교사가 칠판에 판서를 하느라 뒤를 보지 못하는 그 짧은 시간에 단체로 엉덩이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교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최근 각 시·도 교육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초등 보다는 중등 교사의 증가율이 올해 급격히 증가해 최근 일련의 교실 상황과 연계하여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느 코미디 프로의 웃기는 대사처럼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다.
성급한 교육정책의 추진으로 교사들은 위축되고 의욕을 잃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한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은 더욱 황폐화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접하면서 올해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개정 교육과정에 새로이 도입된 용어가 있는데 다름 아닌 '핵심역량'이다. OECD에서 2005년에 이러한 내용을 모든 나라의 학생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권고한 내용인데, 그동안 우리가 교육의 기본 덕목으로 여겼던 지력·덕성·체력에 자기관리 능력과 인간관계 능력을 더해 핵심역량으로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의 일탈 행동은 본인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뚜렷한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몇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첫째, 학교는 학생들이 꿈과 비전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각자의 특기와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교사들은 교과 관련 연수뿐만 아니라 전인교육을 위해 생활지도, 상담활동, 특기적성 지도 등 다양한 분야의 연수 참여와 자기연찬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셋째, 학부모는 기존의 입시위주의 교육관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공부만 잘하면 다 된다는 식의 논리로는 자녀를 설득할 수 없다. 자기만족의 대상이나, 부모의 한풀이를 대신해 줄 수는 더더욱 없다.
자녀를 인격체로 대하고, 지식보다는 인성이 우선임을 반드시 각인시켜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출발은 가정교육이다. 자녀에게 강요보다는 책임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절대로 자식은 변하지 않는다. 자식의 꿈을 찾는데 도와주고, 힘들 때 보듬어주고 때로는 친구도 돼주는 진짜 부모가 돼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는 학교보다 더 넓은 교육의 장이다. 교과서만 가지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대한민국의 인재를 기를 수 없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사회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문화공간, 체험학습의 장, 정답게 친교 할 수 있는 건전한 공간이 얼마나 되는가?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둘이 아니라 하나로 묶여진 교육의 장임을 명심하여 우리의 자녀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교육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은 수동적인 피교육자로서의 자세를 고쳐나가야 한다. 이제는 주는 것만 받아먹어서는 개인의 창의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자기주도학습의 영역이 확대되고, 입시 또한 입학사정관제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젠 교과학습만 잘한다고 인재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그에 걸맞는 노력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꿈을 갖고 성실히 노력하는 자. 그러나 그 꿈은 부모나 선생님의 꿈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꿈이어야 함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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