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속에서 내가 작아지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그게 삶이려니 스스로를 위로하려 들고 타인에 비추어 그 초라함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물속에 잠긴 채 생명력을 잃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김미경 작가의 개인전 'The Way Back Inside'전이 13일부터 2월 11일까지 갤러리 누다에서 열린다.
김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인형은 아름다운 여성, 성욕의 타자로서의 모습만을 온몸에 아로새긴 채 생명력을 잃고 있다.
먼 곳만 슬피 바라보는 너른 들판을 힘껏 달릴 수도 유유히 물가를 거닐며 목을 축일 수도 없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새장은 안락한 휴식처가 아닌 감시와 구속을 힘없이 허락하는 각박한 삶의 터전이다.
인형과 목마, 그리고 새장은 '나'를 잃어버린 채 삶의 의미 앞에 주저하는 지금의 모습처럼 보여진다.
김 작가는 인형, 목마, 새장 등을 물속에 집어 넣어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인형이나 새장 목마 같은 것들은 진짜를 흉내낸 가짜, 즉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담고 있다. 새장은 새의 집이며 편안하고 안락한 쉼터로서 구실을 해야하지만 구속당함을 표현하고 있고, 여성은 스스로 생명이 아름답게 느껴져야 하지만 남성들에게 만큼은 보기좋은 성욕의 대상으로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무언가를 상실한 피사체들이 다양한 미장센 속에서 물속을 유영한다.
순환, 재상, 어머니의 양수와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물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의 이미지는 신비롭지만 가슴 아리고 숨막히지만 포근한 어머니의 뱃속, 인간의 아집에 대한 대자연의 용서, 잃어버린 낙원으로의 귀환 등을 담고 있다./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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