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소리가 커지고 일곱 발의 총성이 울리면 북두칠성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100년 전 나라를 위해 온 힘과 마음을 바친 '영웅'이 살아난다.
안중근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영웅'<사진>이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토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은 그는 어디에….
힘없는 우리 민족에게 남은 것은 지워지지 않는 한과 낭중지추처럼 역사의 한가운데 우뚝선 영웅들 뿐 전범 재판도 제대로 하지 못해 과거 청산은 물건너간 이 망할 조국에 그 힘들었던 시기를 살았던 조상들은 어찌 바라보고 있을까.
공연의 첫 시작은 1909년 죽음을 넘나드는 젊인이들의 가슴 뜨거운 싸움으로부터 시작된다. 1909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러시아 만주벌판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러시아로 망명해 본토의 일본군과 피의 전쟁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대한독립군'이다.
정부는 비밀조직인 제국익문사를 결성해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안중근은 바로 그 요원들과 러시아 자작나무 숲에서 '단지동맹'으로 피의 결의를 다진다.
제국익문사 요원 중 한 사람인 설희는 궁녀 출신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어릴적 지켜본 여인이다. 그 한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가 비밀정보를 수집해 독립군을 돕는다.
당시 일본의 극심한 피해를 함께 입고 있던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의 독립운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일합방'을 목표로 한 일본의 정책적인 침략은 물밑으로 차오르고 악랄한 행동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반면 잇단 전쟁의 실패로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은 지쳐만 가는데….
나라를 빼앗긴 망자로 살면서 손에 들 수 있는 것은 총이지만 자신의 아들은 그 땅위에 기도하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앞에서 관객들은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의 고뇌와 거사를 거룩히 지켜보게 하면서 한국적 영웅 탄생을 갈망하는 관객들의 마음 속 갈증을 자극한다.
이번 공연에는 2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와 양준모, 신성록이 안중근으로 분했으며 조승룡, 조휘, 이상은, 전미도, 임진웅 등 초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대한 제국 의병군 참모총장 안중군은 우리가 TV나 영화를 통해서 접해 온 '서양의 히어로'로 해석할 수 없는 인물이다.
명석한 두뇌와 온화한 인품, 모두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존재했지만 그 이전에 그 또한 고뇌하는 인간이라는 점을 이 뮤지컬 '영웅'은 부각시키고 있다.
뮤지컬 영웅이 가진 힘은 위대하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다름 아닌 무대다. 철조 골조를 이용한 독립운동가와 일본 순사의 추격신은 관객의 눈을 한 순간도 뗄 수 없게 만든다.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스크린의 활용과 배우들의 움직임 또한 관객들에게 긴박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21일 오후 3시, 7시 30분· 22일 오후1시, 7시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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