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원석 한국기계연구원 신재생청정연구실 선임연구원 |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0억분의 1 단위를 나타내는 나노는 대중에게 생소한 용어였지만 이제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활어'로 급부상했다.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화장품, 유아용품 등에 나노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이제는 실생활에서의 활용을 넘어 친환경 생태계 복원에도 나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IT 융합기술 등으로 스스로 환경오염을 모니터링하고 복원하는 똑똑한 강과 하천, 이른바 '스마트 리버'(Smart River)' 활성화에 나노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노미터 크기의 수중 산소 공기방울, 즉 나노기포를 활용하면 오염원 복원 뿐만 아니라 물 속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오염물이 물 속의 산소를 소비해 빈산소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면 산소를 이용하는 생태계는 급속히 파괴돼 다시 산소가 공급되더라도 복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수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원소인 산소는 물 속에서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물질이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원래의 물질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특정을 나타낸다. 물 속 산소기포를 나노크기로 줄이면 부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물 속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고, 자연히 수중 산소로 자정작용을 하는 수생태계의 정화 기능이 촉진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마이크로 크기의 기포를 발생시키면 물 속 산소량을 평소보다 7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지름이 1㎝인 공기 방울 1개로 지름이 10㎛인 공기방울 10억 개를 만들면 공기방울의 수면 상승 속도가 느려지고 물 속 용해율도 10%선에서 70%선으로 급증한다. 이에 따라 나노기포는 최장 3개월 동안 물 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
이처럼 물 속에 산소가 많아지고 오래 머무르게 되면 혐기성 부패수역에서 호기성 분해수역으로 바뀌어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가 오염물질 분해를 촉진시킨다.
현재 국내 골프장 연못이나 소규모 저수지에 마이크로 크기의 수중 산소 공기방울을 이용한 정화 실용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이 기술의 실용화가 확산되면 하천과 호소, 댐과 항만, 해양 수역 등의 수질개선 사업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 분명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해 효율적으로 수질 개선을 하는 데에 나노 기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동경만에, 미국은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하천수에 산소를 활용해 수생태계 복원에 성공했다.
나노기포를 활용한 친환경기술은 '스마트 리버'를 넘어 '스마트 워터(Smart Water)'에도 적용돼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환경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물에 녹은 나노 산소로 세수하면 피부 모공 속의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또 나노 산소 방울을 만드는 원리로 살균력이 높은 오존을 나노기포화 하면 의료용 살균·멸균에도 이용될 수 있다. 외과 수술용 메스, 내시경 등의 의료장비에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오존 기포들을 미생물과 서로 부딪치게 해 세균을 없애는 원리다.
나노 오존 기포로 수술용 장비를 세척한 결과, 1분 만에 99.9%의 세균이 죽을 정도로 그 효능이 강력하다. 의료 위생 분야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처럼 나노 산소기포를 활용한 친환경기술은 기존에는 해결할 수 없었던 분야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나노 기술은 첨단 과학이 흐르는 강, 미세한 노폐물과 오염을 씻어주는 똑똑한 물 만들기 등을 통해 그 지평이 보다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