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청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조장호(48)씨는 9일로 8일째 여관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 2일 수신면과 병천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공보업무를 담당하면서 매일 방역회의에 참여해 방역작업 직원들과도 접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씨는 아산시 신창면에서 고령의 노 부모를 모시고 있다. 조씨의 부모들도 소를 기르지만, 마을에는 다섯 농가가 한우와 돼지, 닭을 길러 혹시나 하는 우려에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입었던 옷도 모두 소독을 거쳐 세탁소에서 맡긴다.
조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살처분에 참여했던 시청공무원과 용역 직원 일부는 아예 격리 수용을 당하면서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체감염이 우려되는 AI에 대해서는 항바이러스제를 맞았지만, 주변에 이를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창살 없는 감옥 신세다.
살처분된 소와 돼지 닭을 묻는데 동원된 굴착기와 트럭 운전기사들도 당분간 축사가 밀집된 지역의 방문이 제한된다. 작업완료일부터 최소 5일간 농촌지역을 방문이 금지됐다.
백신접종에 직접 참여했던 수의사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 천안시는 수의사 24명을 백신접종에 투여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개인 동물병원 운영자다. 항상 가축과 접촉을 해야 하지만 백신접종에 참여하면 5일간 축사를 방문하거나 발굽이 2개인 우제류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충남도에서 지원됐던 방역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격리숙소가 제공되기도 했다.
농·축협에서도 백신방역에 24명이 지원돼 이들도 접종완료와 함께 5일간 공무휴가 신청을 내도록 해 가정에서의 격리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방역에 참여한 군인들에게도 자대 복귀 시 축산시설과 접촉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다.
시 방역 당국 관계자는 “구제역은 방역에 참여했던 사람에 의해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 축산시설 밀집지역 거주 공무원에 대해서는 외출을 삼가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며 “감염통로를 차단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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