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수는 미연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미연의 남편이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이별을 통보받는다. 절망에 빠진 영수는 밤거리를 헤매다가 치한에게 쫓기는 선화를 구해준다.
3시간 18분. 솔직히 그 긴 시간 자리에 앉아 있는 것부터가 고통스러웠다. 문어체의 대사, 느슨한 이야기에 온 몸이 근질거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루하다보니 딴 생각 드는가 싶었지만, 실은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중첩되면서 내 스스로의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만든 ‘카페 느와르’는 두 세계가 중첩돼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1부에는 주인공의 자살을, 도스토예프스키의『백야』를 기초로 한 2부에선 사랑을 그린다. 하지만 자살도 사랑도 쉽지가 않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숱한 이미지들 온통 낯선 것투성이다. 하지만 지루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고 끝까지 참고 본다면 당신만의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다. 이야기이든, 거울이든, 솔직한 감정이든, 욕망이든…. 대전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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