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연희는 어린 딸 예은이가 건강해지는 게 소원이다. 갑자기 예은의 상태가 나빠지고, 우연히 뇌사상태의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온다. 심장이식을 하는 데 동의를 받지만, 술이 취해 뇌사상태의 엄마를 찾은 휘도는 엄마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걸 목격한다.
가족애와 가족애의 충돌. 싸움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폭력배가 동원되고 유괴가 맞물리면서 딸을 살리려는 엄마와 엄마를 살리려는 아들은 점점 괴물이 돼간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린다.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와 눈물이 쏟아지는 신파 사이에서 어느 한 쪽도 확실하게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그리곤 가족영화로 매듭짓는다. 결말이 나쁘진 않지만 뭔가 미진하고 마무리가 안 된 듯한 느낌에 어정쩡하다.
이 아쉬움을 채워주는 건 김윤진과 박해일의 연기다. 김윤진은 딸을 살리고자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악착 엄마를 연기한다. 울고 소리치고 남자와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뛰어난 감정 연기는 착함도 악도 없는 이 싸움에서 관객을 그의 편에 서게 만든다.
어머니의 생사를 놓고 불효자식이 겪어야하는 슬픔을 그려낸 박해일의 연기는 드라마에 힘을 싣는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섬세한 표정변화는 둘의 대결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힘이다.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 심장이 꼭 되찾아야 하는 엄마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불법 장기 매매 브로커 조 팀장 역의 김상호,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 아들이 버린 어머니를 행복하게 지켜준 이중인격 강 사장 역의 주진모, 심장을 둘러싼 싸움 탓에 곤혹스러운 병원장 역의 강신일. 이들의 3색 조연 연기가 강약을 조절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이들 흥미로운 인물들의 뒷받침을 받으며 영화는 폭발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윤재근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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