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
1000만 관객 동원 영화는 제작사 쪽에선 ‘대박’이겠지만 영화산업엔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다수의 영화가 성공을 나눠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다. 힘의 균형이 과도하게 편중되면 시장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거야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대박영화’가 영화를 멀리했던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는 효과를 무시할 순 없다. 올해 1000만 관객 영화가 하나쯤은 나왔으면, 기대하는 이유다.
우리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임권택 감독도 새 봄과 함께 101번째 영화, ‘달빛 길들이기’로 복귀한다.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서고 ‘조선왕조실록’을 한지로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수연과 박중훈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이후 2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미술관 옆 동물원’과 ‘집으로’로 인기를 모았던 이정향 감독도 ‘노바디 썸바디’로 9년 만에 귀환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은 여자의 심리극.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다.
▲ 김지훈 감독의 '7광구' |
윤제균 사단의 ‘7광구’도 기대를 모은다. 한·일 공동개발구역인 7광구의 석유시추선 이클립스 호를 무대로 한 괴물영화.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차예련 등이 해저에서 올라온 괴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호화 캐스팅에 우리 영화의 최초의 3D 해양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기대가 부푼다. 연출은 김지훈 감독이 맡았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큰 사랑을 받았던 최동훈 감독은 마카오 카지노를 무대로 한 ‘도둑들’, ‘의형제’로 546만 관객을 동원한 기대주 장훈 감독은 ‘고지전’으로 돌아온다. 국군과 인민군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탈환하려는 애록고지 전투가 뼈대다. 홍상수 감독도 12번째 영화 ‘북촌에서 생긴 일’을 촬영 중이고, 임상수 감독은 ‘하녀’의 확장 버전 ‘돈의 맛’을 준비하고 있다.
▲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 |
27일 개봉 예정인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황산벌’의 속편. 이번엔 신라와 고구려의 전쟁을 기발하게 비튼다. 팔도 사투리를 동원해 ‘대사 맛’을 돋우고 웃음폭탄을 장전했다. 기상천외한 무기와 전법은 벌써 입에 오르내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백제 출신 ‘거시기’가 다시 전쟁에 끌려 나가고 그를 청년 가장 ‘문디’가 감시한다. 거시기는 이문식, 문디는 이광수가 연기한다.
물론 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대작이 아닌 건 아니다. 올해를 준비하는 모든 영화와의 만남에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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