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찌해야 이길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하나는 강자를 대함에 있어서 꾀를 쓰는 것이다. 여기서의 꾀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법을 말한다. 강자 스스로가 제 힘에 제가 넘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자신을 먼저 강하게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아예 강자와는 맞싸움을 피하는 법이다. 즉 정면 승부를 피하고, 같은 것을 가지고 경쟁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속으로는 힘을 키우고, 겉으로는 약한 척하며 상대의 힘이 빠질 때를 묵묵히 기다리는 방법이다. 가장 미련해 보이는 방법같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노력하는 것은 자기 힘을 키우는 일이요, 지혜는 남의 힘을 살피는 일이다. 양(量)으로 경쟁하는 것이 강자의 방식이라면, 약자는 질(質)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노력만 갖고는 되지 않는 일도 있다. 노력의 대가가 양이라면, 지혜의 대가는 주로 질이다. 그렇다. 약할 수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작년까지는 강약이 한 곳에 모여서 동거하는 시기였다. 역학적으로 말하면 노쇠하는 음기와 신선한 양기가 맞붙어 다투는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음기는 음기대로 더 이상 기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양기를 공격하고, 양기는 양기대로 그 동안 음기에 눌려 있던 제 기운을 드러내려고 음기와 대립하는 운이었다. 여기에서 음기란 기존 세력 즉 강자를 뜻하며, 양기란 신진세력 즉 현재는 약자이지만 장차 득세할 기운을 뜻한다. 만물의 주관자는 시간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작년에는 강자는 약자에게 힘을 과시했던 반면에 약자는 이에 굴복하지 않으려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는 대립각의 상황이 초래됐다. 그러나 아직 그 힘의 세기가 대등한 단계가 아니었으므로 그 저항은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신묘(辛卯)년은 다르다. 음기우위의 판세가 점점 양기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 된다. 외관은 아직 음기가 진을 치고 있지만, 내부로는 양기가 음기의 기세를 능가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힘의 역전현상은 분열과 교체의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다. 즉 음기에 밀려 잠자코 있던 양기가 시간이 갈수록 자기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기 소리나 색깔을 점점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므로 강자였던 음기 입장에서는 자발적으로 퇴장을 하거나 반대로 강해지는 양기를 더욱 통제하고 제압하려고 할 것이다.
신묘년의 '묘(卯)'자는 토끼를 상징한다. 지극히 순하고 예쁜 동물로 보이지만, 이 동물에 대한 역학적 해석은 산신(山神)이다. 호랑이(寅)가 밤의 산신이라면, 토끼는 낮을 지키는 산신이다. 그래서 토끼를 결코 뒤로 물러 나지 않는 고집과 그 누구의 통제나 방해를 받기 싫어하는 자존심의 상징으로 여긴다. '卯'를 식물로 치면 아무리 뜯어도 다시 무성하게 자라나는 봄날의 쑥이다. 이를 사람으로 치면 부모 말을 안듣고 가출한 청소년이다. 팔괘의 방위로 보면 리방( )이다. '리( )'라는 시간과 자리는 헤어지고 바뀌는 지점이다. 즉 교체기라는 말이다.
2010년 경인년이 강약과 신구가 같이 붙어서 교체를 위한 갈등하는 시기였다면, 2011년 신묘년은 같은 권역에 있지만 각자의 세계를 구축해 교체를 완성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뉴스의 눈으로 보면 큰 변화의 시기인 것처럼 보일 테지만 역학의 관점으로 보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 간의 국제 정세나 우리나라의 정치나 경제등 제반 상황을 볼 때 그 모습과 흐름이 너무나 역리(易理)를 닮아 있다. 자세히 보라! 그렇지 않은가? 세상이 왜 이런 식으로 돌아 가는지? 이런 섭리가 있을 줄을 사람들은 알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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