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 작가의 최근 작업들은 오랫동안 보여왔던 작업 양상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전의 작업들이 돌조각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 온 작업들을 선보였다면 최근 그의 작업은 돌이 아닌 흙을 사용해 작업이 돌연 빨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순간의 느낌 포착을 실현할 수 있는 그의 빠른 손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신작들은 석조가 아닌 브론즈 작품들이다.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소뇨' 연작과 부조작업들로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피아노' 연작 등 모두 작가 특유의 감각을 잘 살려 선보여지게 된다.
특히 부조 작업에서는 잔잔하고 느린 선율이 흐르는 명상적 감성이 잘 담겨 있다.
당나귀와 인간, 여인과 고양이 등이 등장하는 연작들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단절과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평면에 가까운 부조 작업 위에 환조의 조각을 붙여서 형식미와 서사구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사각의 프레임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있다.
대기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을 날렵한 선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대지와 우주, 자연, 진리에 다가서고자하는 예술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고양이와 연인의 관계도 그렇다.
원반 위에 드러난 연인과 고양이 두 존재는 박수용 작가 자신이 처한 지금의 특수한 심리적 지형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사 일반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붓을 든 화가가 일필휘지 하듯 흙을 만지는 박수용의 작품들을 통해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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