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작가는 정사각형으로 제작된 작은 큐빅들을 엮고 엮어서 거대한 화면을 만들어 작품으로 완성했다.
동양 전통회화의 한 형태인 세로로 길게 늘어뜨린 족자그림 같기도 하고, 여러 개의 이미지를 조립해 거대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페미니즘 미술의 전형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왼쪽부터)시간엮기-신화속 시간. 시간엮기-몸짓. |
이번 전시에서는 납작한 평면에 들러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영역이자 공동의 작품으로서 공중에 떠 있게 느껴진다. 또한, 한지라는 동양적인 물성을 극대화해 만든 작은 큐빅들은 다분히 기계적이고 공예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다.
박 작가는 한지로 제작한 단단한 작은 화면에 흙이나, 숯, 천연물감 등을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주된 색상인 황토 빛은 대지를 연상시켜 주는 색채다.
작가는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흙과 천연물감을 미디엄과 섞어 자신만의 빛깔로 만들어 내고 있다. 흙이 가지는 다양한 색채는 채취 당시의 사연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연들은 작품 안에 들어와 추상화 같은 문자, 혹은 기호적인 이미지로 환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석신 작가는 개인의 여러 가지 무의식적인 소망을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품에는 '새'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새는 날기연습을 하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집을 짓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집을 짓는 꿈을 많이 꾼 박 작가의 심리가 투영돼 작품 안의 '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작가는 스틸 이미지가 연속된 영화 필름처럼 생긴 화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시간엮기-윤회'는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나무가 되고, 이 나무가 다시 씨앗이 되는 순환적인 구성의 작품이다.
개인의 소망을 작품 이미지로 형상화 시킨 박 작가의 작품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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