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우리나라 종축자원을 책임지는 천안시 성환읍 축산과학원 자원개발부(성환 종축원)를 찾은 3일 오후 입구에는 육중한 철제 바리케이드와 경비원들의 삼엄한 근무가 긴장감을 높였다.
115명 전직원이 지난 1일부터 사실상 감금상태인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모든 업무는 임시 면회소의 전화로만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정문을 통과한 차량은 이중 삼중의 철저한 방역을 마친 연료공급용 주유차가 유일하다.
자원개발부가 3일 현재 보유 중인 종축자원은 젖소 350마리, 돼지 1645마리, 닭 1만1817마리, 오리 1634마리, 말 5마리 등이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생체수입이 금지된 상태에서 이곳의 동물들은 국내 유일의 종축자원이나 마찬가지다.
이곳의 젖소는 매년 가장 우수한 품종의 '후보종모우' 10마리씩을 농협에 공급해 채취된 정액이 전국의 낙농가로 보급된다. 이와 함께 국가단위 개량사업과 우유 내 유 단백질 강화기술 등 국내 축산산업의 지원을 책임지고 있다. 돼지 역시 최우수 품종의 종돈 100마리를 매년 인공수정센터에 공급한다. 이들 100마리의 수퇘지에서 얻어진 정액은 전국에서 50만 마리의 새끼돼지를 생산한다.
전국의 토종닭은 모두 이곳에서 공급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8개 종계농장에 연간 3만4100마리의 토종닭을 공급하면 이들은 350만~500만 마리의 토종 병아리를 농가에 분양한다. 수오리 역시 지난해 2400마리를 공급해 240만 마리를 낳도록 했다.
따라서 축산과학원 자원개발부에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낙농업과 돼지, 닭과 오리 등 축산업은 기반 자체가 붕괴하게 된다.
다행히 축산과학원의 부지면적이 약 400만㎡에 달해 주변 농가에서 전염병이 발생해도 직접적인 살처분 대상은 되질 않는다. 내부적으로 발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살처분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
허태영 연구관은 “자원개발부가 뚫리면 '종자망실' 즉, 우수종자를 모두 폐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닭과 오리는 종란을 바이러스침입이 어려운 특수창고에 보관하고 소와 돼지는 일부를 남원에 옮겨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양군 축산연구소도 직원 30명에 대해 33일째 연구소 내 관리동에서 기숙도록 하면서 식료품 등을 외부로부터 공급받아 생활하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에는 현재 한우 62마리와 돼지 90마리, 닭 1000마리의 먹이공급을 위해서는 1주일에 2차례, 사료 차량을 정문 밖에 세우고 특수 소독한 1t 차량으로 옮겨 운반하는 등 외부전염을 막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지난해 5월에도 구제역 양성 판정으로 모든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악몽을 겪었다. 보유중인 가축들은 모두 구제역 등의 전염병 정밀검사를 통과한 상태다. /천안=맹창호·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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