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산토끼’에 등장하는 토끼는 토실토실한 알밤을 주워오는 귀여운 모습이며 달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는 달의 정령이기도하고 별주부전에서 간을 꺼내 햇볕에 말리는 토끼는 ‘꾀보’다.
신묘년(辛卯年)인 2011년(정확히는 설인 2월 3일부터)은 토끼해다. 12간지 중 네 번째 동물인 토끼 이야기와 정치·경제 등 우리나라 국운, 충청지역 운세를 본보 ‘민중원의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는 역술가 민중원 씨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토끼는 방위로는 동쪽, 시간으로는 오전 5~7시, 달(月)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12간지 중 호랑이와 용 사이에 끼어 있는 토끼는 비록 작은 짐승이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진화의 산물로 결코 약자가 아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쓴 ‘12지신’시리즈 두번째 편 ‘토끼’에서는 하늘을 나는 새 가운데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 비둘기라면 평화를 상징하는 지상의 동물은 토끼라고 말한다. 달은 성장·풍요·번창 등을 대변하는데 계수나무 아래서 약방아를 찧는 토끼를 보며 평화롭고 풍요로운 불로장생의 이상 세계를 꿈꿔왔다는 것이다. 토끼를 뜻하는 ‘묘(卯)’에 만물의 성장, 번창, 풍요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때문인지 토끼는 민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다정하고 화목한 관계를 상징해 한 쌍의 토끼가 함께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영리하면서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토끼는 여성의 마음을 상징하는 음(陰)의 여신이자 여성을 대표하는 산신이며 산신을 보조하는 산신령을 뜻하기도 한다. 깊은 산속이나 야산에서 야행을 즐기는 토끼는 범의 굴에서 겁도 없이 아침잠을 자다 범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기의 굴로 돌아와 동쪽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잠을 청하는데 이런 이유로 토끼의 눈이 빨갛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토끼에 대해 민중원 씨는 “토끼는 음양오행상 음목(陰木)에 속하는데 느낌이 부드럽고 설화에도 많이 등장할 만큼 우리와 친숙하다”며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이 지혜롭다는 말처럼 귀가 길고 크다보니 많이 듣고 타인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풍문을 듣고 걸러낼 뿐 아니라 수렴할 줄도 아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씨는 남의 말 잘 듣고 고집이 세지 않은 토끼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게 민 씨의 설명이다.
“신묘년은 방향으로는 정동(正東)쪽이며 진괘방(震卦方)으로 바람과 우레의 움직임이 범띠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인년은 천간(天干)에 금(金)이 들어왔고 지지(地支)에 목(木)이 들어온 금극목(金克木)으로 상(上)이 하(下)를 극하는 운기였는데 신묘년 역시 오행상 천간 신(辛)은 금성이고 지지 묘(卯)는 목성으로 금극목의 운기입니다.”
천간과 지지가 서로 극하기 때문에 상하, 정치적으로 여야, 계층 간, 세대 간, 집단 간 갈등이 야기될 소지가 커 극하는 쪽에서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고 화합을 이루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인년이 양(陽)의 기운끼리 부딪쳐 마찰을 일으켰다면 신묘년은 음(陰)끼리 충돌하기 때문에 그리 요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민 씨의 해석이다.
방향으로 보아 동쪽과 서쪽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금속관련 업종에서도 소란이 있을 수 있으나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충청지역은 지역 운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과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민 씨는 이에 대해 “2012년 임진년까지 쉽사리 화해무드로 가기는 어려워 화합을 위한 양쪽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북한이 3대 세습 후계자로 김정은을 낙점한 가운데 북한 내 소요와 도발 가능성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아 남북관계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상하계층간 충돌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경제는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성은 계절로는 봄인데 경인년에 봄기운 들어와 신묘년은 완연한 봄에 접어든다”는 민 씨는 “봄과 같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되니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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