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
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10위권에 들고 국민소득이 무려 2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어쩌면 골고루 더 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평함의 미덕이 아직은 부족한 듯싶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특히 북괴의 만행으로 인해 집과 삶의 터전을 몽땅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의 안위가 더욱 걱정이 되면서 사회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힘겨운 올 겨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의 상징,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이야기 한토막이 있다. 자기 자식의 생명을 구하고 죽어간 어느 어머니의 갸륵한 희생이야기다.
한 젊은 여인이 아기를 안은 채 산을 넘고 있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날따라 강풍과 폭설이 휘몰아쳤다. 설상가상으로 내린 눈은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겨울의 짧은 해도 산 너머 가버려 여인은 길을 잃은 채 방황하다가 그만 눈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튿 날 이러한 소식을 접한 동네 구조대가 구조를 나섰다. 그녀가 간 것으로 알려진 길을 따라 수색을 하던 중 산언저리 길목에서 아기를 안은 여인의 모습을 한 눈사람을 발견한다. 그런데 눈사람 속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황급히 눈을 털어내자 그 속에서 놀랍게도 여인의 나신(身)이 드러났다. 여인은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 아기의 몸을 감싼 채 얼어 죽었다. 아기는 살았다.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이 아기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 아이가 어느덧 자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됐다. 마냥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날 그를 알뜰살뜰 키워준 숙부는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 위대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온몸에 전율과 감동을 느끼면서 청년은 혹한의 겨울에 어머니의 무덤을 찾았다. 추위도 잊은 채 자신의 외투와 양복과 속옷을 모두 벗어 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덮어드렸다. 청년은 벌거벗은 몸으로 무덤을 껴안으며 이렇게 울부짖었다. “어머니, 그때는 지금 저보다 훨씬 더 추우셨겠지요? 어린 핏덩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생명을 내던지신 어머니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요.”
그 위대한 어머니의 희생으로 인해 생명을 구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라는 사람이다. 1차 세계대전 때 대영제국의 군수장관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혹한과 눈이 내릴 때면, 아니 연말연시를 맞을 때면,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와 그를 껴안은 채 동사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상은 이처럼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이 살아있어야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구축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새해 예산 통과를 놓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단상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치열하게 벌여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국회에서나 볼 수 있는 연말 풍경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정치행태의 단면을 보면서, 아직도 사회의 그늘진 구석구석을 살펴보지 못하고 자파(自派)의 이익에만 급급한 정치 지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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