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
사실 날마다 바쁘고 고단한 현대인들의 일상에 '공연장'은 사치스러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연장에 대해서 대중이 조금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공연은 비싸다'라는 선입견이 바로 그러하다. 물론 해외 저명 연주자나 단체가 내한 공연을 오는 경우에는 티켓 가격이 비싸진다. 그러나 이처럼 비싼 공연 못지않게 저렴한 가격의 공연들도 많다.
예를 들어 전당에서 매달 열리는 '아침을 여는 클래식'의 티켓은 전석이 1만원이다. 여기에 더해 빵과 커피까지 무료로 제공되니 영화 티켓에 비해도 비싼 편은 아니다. 또 '천원의 행복 콘서트'도 있다. 아이들 과자 값 보다 저렴한 티켓가격이다. 대전시향, 대전 시립합창단 등의 공연 티켓은 최저 5000원부터 최고 3만원까지다. 영화 한 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2시간 동안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생생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공연장에 오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이다. 재테크만이 투자가 아니다. 정서함양에 대한 투자가 스트레스 가득한 현대인에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의·식·주'의 충족만으로 절대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현대에 와서는 더욱더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거나 혹은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여러 공간을 만들어간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간다는 말이다.
공연장 객석에 앉아서 연주자가 무대에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같이 긴장하고 호흡하면서 공연에 몰입하고, 공연이 끝나면 환호하면서 가슴 뿌듯한 감동에 흠뻑 빠져드는 것을 상상해보자. 바로 이 시간에 우리는 틀에 박힌 일상의 진부함을 벗어나게 되고, 엔도르핀이 솟구치면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것은 다른 어떤 취미와도 바꿀 수 없는 공연예술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나는 '문화예술에 투자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사실 클래식연주회, 훌륭한 연극, 아름다운 무용 등의 관람이 정서함양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즐기지 못하는 데에는 습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것이 습관화되기까지에는 여러 난관이 있는데 첫 번째는 공연이 지루하거나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앞서 기술한 경제적 이유이고 세 번째는 시간내기 힘든 팍팍한 현대인의 삶이다. 이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할 속 시원한 해결책은 사실 없다. 결국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전당은 첫 번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과 천원의 행복 콘서트를 마련하고 있다. 즐기기에 어렵지 않은 레퍼토리로 구성하기 때문에 초보감상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제적인 부담을 해결해줄 공연들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부담은 회원제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 올해 만약 반드시 많은 공연을 관람해서 정서적으로 풍성한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면 회원제 활용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본인의 의지다. 좋은 공연 감상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시간을 귀한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것,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자신의 시간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 기왕이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투자하고 싶다면 일부러라도 공연장을 찾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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