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삶에 소망 하나 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삶에 소망 하나 둘

[기고]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전 충남경찰청장

  • 승인 2011-01-02 13:22
  • 신문게재 2011-01-03 21면
  • 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전 충남경찰청장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전 충남경찰청장
비좁다. 어깨 맞대고 눕지 못한다. 엇갈리게 눕는다. 내 얼굴 앞에 옆 사람 발가락이 놓인다. 말이 선실이지 실로 가축우리. 정원의 두세 배 태운다. 배 밑바닥에서만 기거한다. 식량과 식수는 각자 조달. 아끼고 아껴도 부족하다. 선원이 썩은 식품을 시가의 열배로 팔기는 예사. 기갈로 죽어나간다. 그야말로 태평양을 부유하는 지옥(floating hell)이다.

▲ 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전 충남경찰청장
▲ 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전 충남경찰청장
세수를 하겠는가. 덕지덕지 낀 때가 누런 얼굴을 검게 만든다. 그렇게 한 달 넘게 항해.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민수속 기다리며 비로소 씻는다. 생존자가 누리는 미국 땅의 선물이었다. 운임은 30달러. 성수기에는 50달러. 비수기에는 13달러로 곤두박질친다. 후불제. 우선 타고 가라. 나중에 벌어서 갚으라. 중국식 신용제도다. 이런 식으로 중국남자들이 미국행 배를 탔다.

황금 탓이었다. 1848년 1월 24일 아메리카 서부 아메리칸 강 골짜기. 제재소를 짓던 제임스 윌슨 마셜. 개울바닥에서 사금을 발견했다. 골드 러시의 출발이다.

이 뉴스는 그해 봄 홍콩에도 전해졌다. 그로부터 30년간 10만 중국남자들이 건너갔다. 금광 찾아 부자 되려고 집 떠났다. 곡괭이와 삽과 채와 냄비 들고 깊은 산골짜기로 향했다. 십 수 년 걸려 3, 4000 달러 모은 경우도 있다. 큰돈이었다. 행운을 쥐고 귀국. 여생이 행복했다.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입에 풀칠. 일확천금의 꿈은 먼 곳에서조차 이루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눌러 앉았다. 사람이 많아지자 오두막집과 판잣집 가게가 늘어났다. 그렇게 시작된 중국인 거리. 실패한 금광광부가 모여든 동네. 차이나타운은 그런 남자들만의 세계였다. 남자끼리만 사는 게 가능한가. 여자가 필요했다. 어느 나라 여자여야 하는가. 당연히 중국여성이었다. 8000여 명이 수입됐다. 그러나 여성이 할 일거리(job)는 없었다.

유휴 중국남자인력이 10만이 넘었다. 여자가 해야 하는 일도 했다. 점원이나 급사나 사환이 모두 이들 몫. 요리와 세탁도 다 차지했다. 여자가 할 일은 딱 하나였다.

홍콩 뒤 광대한 내륙. 광둥 일대의 소녀. 여섯 살에서 스무 살에 이르는 그들. 팔려왔다. 속아서 왔다. 부모가 가난 때문에 딸을 팔았다. 미국 가면 잘 산다는 꾐에 따라 나섰다.

가격은 한 살 당 100달러. 열넷에 최고가 1200 달러를 받는다. 이 나이가 제일 좋다 해서 제일 비쌌다. 열다섯부터 한 살에 100달러씩 감액. 스물이면 600 달러에 팔렸다. 도대체 무엇에 제일 좋다는 말인가. 10만 남성을 위한 8000 여성의 일. 매춘이다. 백 명의 남자가 공유하는 한 여인(hundred me's lady)이라고들 했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쌀과 새우와 나란히 여성 250달러(girl $250)이라 쓰인 영수증을 주고받았다. 몸 파는 일을 명기한 철면피는 없다. 그러나 그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딸이 그런 일을 하리라 생각한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었다. 본인도 그리 될 줄은 몰랐다. 그런 처지에 빠진 후에도 고국에 알리지 않았다. 집안에 치욕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노예(sex slave)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치는 떨어졌다. 더 험한 매춘굴로 내쳐졌다. 병들면 거리에 버려졌다. 자살이 유일한 탈출구. 빈번했다. 죽음만이 희망이었다. 브로커와 세관과 경찰은 배 채웠다. 포주에게는 많이 남는 장사였다. 비용과 뇌물을 제하고도 초기 2년에 순익은 5000달러나 됐다. 여기에 도박과 마약을 겸업하면 이익은 급증했다.

황금 주(Golden State)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샌프란시스코(舊山). 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해안가에 띄엄띄엄 살았다. 황금 찾는 골드 시커(gold seeker)가 만든 도시다.

부자 되는 소원 이루지 못한 광부. 밥이나마 배불리 먹길 희망한 소녀. 일시체류자(sojourner)이기를 원했다. 성공하면 돌아가리라 했다. 그러나 한번 떠난 길에 귀로는 없었다.

룸에 가면 자연산 찾는다더라. 이 말에 160년 옛 금산이 기억났다. 변한 게 없다. 살며 행복도 맛보는 세상. 이게 좋은 세상인데 스러져가는 사람 너무 많다. 부축할 삶 많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