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몰아치는 거리에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풀어놓으면 붕어빵 장수는 포장마차를 끌고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행인들의 발길이 빈번한 곳이면 붕어빵 장수의 바쁜 손놀림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붕어빵 장수는 그 간격을 촘촘히 좁혀 부쩍 조여 오는 결빙의 힘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붕어빵 장수는 행복을 산란하기 위해 계란 노른자처럼 움츠린 하루를 거품기로 휘젓는다. 아무리 재료를 잘 배합해도 응어리진 날들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찌그러진 양푼에 제 삶을 고스란히 담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한의 거리에 붕어빵 장수로 내몰린 데는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고, 삶의 여러 대목이 붕어빵을 만드는 과정에 섞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화하던 인생의 구절들이 반죽되어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습습하고 서늘한 삶이 따끈따끈한 붕어빵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장기적인 경제 침체로 붕어빵 장수가 많이 늘어났다. 붕어빵 장사는 막막한 현실 앞에 좌절했던 사람들에게 든든한 생계 밑천이 되어 주었다.
붕어빵 장사로 붕어빵 같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며 봄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살아야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 틀에 맞춰져 붕어빵으로 구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갓 구워진 붕어빵의 고소한 냄새는 그토록 살가운 것이다. 붕어빵엔 어렵게 살아온 우리들의 삶이 그대로 들어있다. 각박했던 시절 억척 같이 살아왔던 우리네 삶은 결코 붕어빵과 무관하지 않다.
타오르는 추억의 불길을 간직하고 있기에 붕어빵은 그 무엇보다도 따스하다. 오늘도 제 철을 만난 붕어빵들이 유유히 빙판길을 헤엄치고 있다. 사람들의 빈속을 채워주려고 저들은 있는 힘을 다해 지느러미를 놀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를 전해주려 붕어빵은 이 손 저 손을 바쁘게 오고간다. 혹한이 몰아치는 거리에 인적이 끊어져도 붕어빵들은 떼를 지어 거리거리를 헤엄치고 있다. /최일걸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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