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식]부사칠석놀이, 무형문화재 지정을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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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식]부사칠석놀이, 무형문화재 지정을 염원하며

[금요논단]황경식 대전시의회 의원

  • 승인 2010-12-30 13:41
  • 신문게재 2011-01-01 36면
  • 황경식 대전시의회 의원황경식 대전시의회 의원
러브스토리의 대명사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에 버금가는 백제시대 부용과 사득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로 1994년 전국민속놀이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부사칠석놀이가 그 것이다.

▲ 황경식 대전시의회 의원
▲ 황경식 대전시의회 의원
부사칠석놀이는 120여명이 참여하며 선바위 치성, 샘치기, 부용·사득 합궁놀이 등을 비롯한 동네놀이마당으로 총 일곱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칠월칠석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으로 상·하 두 마을사람들이 만드는 오작교를 통해 상부상조의 협동정신과 나라에 대한 충의, 부모에게는 효 그리고 부용처녀와 사득총각의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마을 어른들과 고증자료에 따르면 구한 말 칠석날에는 집집마다 정성껏 대문 앞에 황토를 깔고 부사샘에서 샘을 치며, 짚으로 부용과 사득의 인형을 만들어 제사지냈다. 이어 제를 지낸 후 마을사람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고 한바탕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부사칠석제는 일제시대 문화말살정책으로 중단됐다가 광복이후 다시 시작됐으나 6·25전쟁으로 한동안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1960년에 지금은 고인이 된 장택수, 신현태 등 마을사람들의 의지로 제를 올리게 됐다. 보존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무더운 여름 세시풍속으로 칠석제는 부사칠석놀이가 유일하다며, 뜨거운 날씨에도 보문산에서 치성을 드리고 천지신명께 축원하는 우리 전통문화유산을 꼭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7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보존회에서 부사칠석놀이를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 신청을 하였으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해 마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전승이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 시는 지정 보류를 결정하면서 그 이유로 샘 고사를 제외하고는 원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본 의원과 보존회는 그 같은 결정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 오랜 세월 구전되어 왔고 일제 강점기에는 중단되었던 관계로 고증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라면 현존하는 수많은 무형문화재의 상당수가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에 의해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찾아내 복원시킨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살펴봐야한다. 그동안 보존회에서는 나름 미흡한 부분은 학계의 고증도 받고, 선바위라든지 부사샘터 등도 찾아내 복원하려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비록 현재까지 자료가 조금 미흡하더라도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칠석놀이 고증에 참여했던 교수에 따르면 부사리 칠석놀이는 부사리의 고유한 향토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명까지 밝혀주고 있다고 한다. 이는 원형이 없다고 주장하는 대전시의 탁상행정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에 찾아가 원형이 무엇인지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다.

셋째, 부사칠석놀이는 지난 1993년 제3회 대전시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 1994년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 대통령상, 2010년 제7회 광주 충장축제 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용과 사득의 합궁놀이는 여느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농악과 어울려 불리는 '샘 치기 노래'나 '부용·사득의 노래'는 독자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변형되고 왜곡된 민속예술작품에 최고의 상이 가능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사칠석놀이보존회에서는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일념하나로 부사샘 복원공사, 선바위 진입로 소공원사업, 보존회관 건립 등을 추진해왔다. 시가 앞으로도 계속 방치해둔다면 얼마 남지 않은 자료마저도 사라질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루빨리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제도권 안에 두고 계속적으로 사료 발굴 등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을 복원시켜나가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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