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송 작가는 전통 보성덤벙이 제작기법으로 재현된 찻사발과 다기, 주기, 화기, 달항아리 등 약 100여점의 그릇들을 전시한다.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된 사발의 한 종류인 보성덤벙이는 임진왜란을 전후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지배계급 다회에서 말차를 마시는 찻 사발로 사용되면서 유명해 졌다.
▲ (왼쪽부터) 夏星, 春江, 영마루, 和平 |
현재는 일본에서 국보와 문화재들로 지정돼 명품인 대명물의 대우를 받고 있다.
보성덤벙이를 좀더 쉽게 설명하면 검붉은색의 태토로 만들어진 기물에 흰색 분을 입혀서 백자처럼 만들어내는 매우 신비한 장식기법의 분청백자다. 이번 전시는 보성덤벙이를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미적 감흥에 대해 선보이는 전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보성덤벙이의 미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덤벙질의 과정 속에서 기물에 백토가 안입혀진 소위 무지현상이 생겨나는 기물에 백토가 입혀진 부분과 안 입혀진 부분의 대비와 조형감이 감상자에게 다양한 감흥을 전달한다.
두 번째는 덤벙이그릇들을 사용하다보면 그릇의 표면에 입혀진 백토에 찻물이 스며들게 되며 일정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스며든 찻물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어느 순간에는 구름처럼, 때로는 파도처럼, 어쩔 때는 산수화처럼 보이기도해 감상자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덤벙이 그릇마다 보여지는 찻물현상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이 모두 다른 모습을 지녀, 마치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처럼 덤벙이그릇들도 각자 제각기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역사적으로 약 30~50년(1470~1510년) 정도밖에 제작이 되지 않은 보성덤벙이 그릇들은 짧은 제작역사로 인해 만들어진 수량 또한 매우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이 적은 이유는 보성덤벙이들이 임진왜란 전, 후와 일제 강점기에 도굴 등을 통해 일본으로 대부분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보성덤벙이들은 일본 지배계급의 사무라이들과 차인, 고미술품 애호가들에게 매우 진귀한 도자기로 대접받게 되고, 고가에 거래됐다.
이런 연유로 덤벙도자문화는 국내에서 보다는 일본에서 더 널리 알려져 있고, 정작 그 것이 제작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 인식이 전무한 상태다.
보성덤벙이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그 명맥을 계승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송 작가의 이번 전시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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