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선생님!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영주]선생님!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교육단상]박영주 충남예고 교사

  • 승인 2010-12-28 14:08
  • 신문게재 2010-12-29 20면
  • 박영주 충남예고 교사박영주 충남예고 교사
“안녕하세요! 박영주 선생님이시죠? 제22회 충남도 교육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수상소식에 너무 놀라 무슨 말을 이어야 할 지 몰랐다.

▲ 박영주 충남예고 교사
▲ 박영주 충남예고 교사
수상의 기쁨을 잠시 뒤로한 채 7년 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7년 전 나는 7살 뇌병변 장애 1급을 가진 8살 큰아들, 5살짜리 작은 아들과 함께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평범한 교사에 지나지 않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 키울까?' 하는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시간을 보냈었다. 이렇게 근심과 걱정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나에게 어느 날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현정효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박선생님!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서 나랑 함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때요?”

“봉사요? 저 그런 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제 자식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무슨….”

“아니에요! 박선생님이 갖고 계신 음악적 열정과 저의 봉사 노하우를 합하면 정말 멋진 봉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큰 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거고요!”

현정효 선생님의 조언대로 나는 공주 봉황중학교 리코더부 학생들로 구성된 음악봉사단과 두 아들을 데리고 첫 봉사나들이로 공주에 있는 명주원을 방문했다. 명주원 식구들은 우리가 준비한 음악회를 함께 즐겼고 맛있는 간식도 나누어 먹었다. 그 때 봉사단장이었던 진철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 아이 참 귀여워요! 명주원 귀염둥인가봐요!”

나는 진철이가 이야기하는 아이를 본 순간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 아이는 바로 내 큰 아들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나는 진철이에게 내 큰 아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모두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던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봉사가 계기가 되어 봉황중학교 남학생 60명으로 구성된 봉황음악봉사단을 데리고 공주관내 복지시설 순회음악회, 공주의료원 목요음악회, 학부모지도봉사단활동 등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나의 미친 듯한 봉사 덕분에 남편은 봉사에 필요한 악기를 싣고 다니기 위해 승합차를 사야만 했다.

올해 충남예술고등학교로 전근 간 나는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이기에 음악봉사활동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미로 음악을 하는 학생들보다 전공을 통해 대학에 진학해야 하기에 음악봉사단 조직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다행히 조세연 교장 선생님의 격려와 정태수 선생님의 도움으로 뮤직플러스봉사단을 만들 수 있었고 인근 인애학교 음악봉사부터 다시 봉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 시간에 쫓겨 봉사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했던 학생들이 천안인애학교 봉사를 통해 음악봉사의 참맛을 느꼈고 장애인초청음악회, 다문화가족초청음악회, 단국대학교 병원 음악회, 찾아가는 사회복지시설 4박 5일 음악·봉사캠프 등 다양한 부문으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7년 동안 전근 가는 학교마다 봉사단을 만들어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항상 내 곁에서 함께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신 든든한 내 인생의 멘토 선생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초년생 선생님들을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선생님! 교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멘토를 꼭 찾아 보세요. 선생님 주위에 많은 선배선생님이 계시잖아요. 그리고 멋진 선생님이 되어 보세요” 라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