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지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삶을 바쳐온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전시가 마련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분단미술:눈 위에 핀 꽃’전을 2011년 2월 6일까지 미술관 1~4전시실에서 연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분단체제 아래에서의 미술을 살펴보는 전시로, 한국전쟁 이후 현대미술작품 150여 점을 통해 분단시대의 예술과 분단체제 극복의 예술을 조망해보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38명의 작가가 참여해 분단, 전쟁, 이산, 실존, 냉전, 이념, 기억 등의 주제로 해석할 수 있는 미술작품이 평면, 입체,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주제별로 모두 163점이 선보인다.
▲ (왼쪽부터)이응노作 '6·25', 임옥상作 '하나됨을 위하여' |
▲분단시대의 인간실존 (1전시실)=전쟁의 기억과 분단시대의 실존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응노, 조양규, 송영옥, 전화황 등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내전, 이상의 고통을 겪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이응노는 전쟁을 직접 겪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냉전의 희생양으로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 직후와 이후 냉전 시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유은은 한국전쟁을 다룬 '원귀도'에서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말상의 상황을 표현했다. 이종빈과 이반, 홍성담, 손국연 등과 같이 월북이나 월남의 가족사, 냉전시대의 고통, 탈북을 경험한 예술가들의 인간실존을 담은 작품들도 전시된다.
특히 이반의 경우 작가와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당한 도라산역 벽화의 영상을 소개함으로써 분단시대 속의 예술의 현실을 보여준다.
▲기억으로서의 분단 (2전시실)=두 번째 섹션 '기억으로서의 분단'은 한국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전쟁과 냉전의 기억들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시우와 고정남, 강용석과 같은 사진작가들은 분단의 현실을 감성적인 풍경사진으로 보여준다.
전승일과 김상돈, 최원준 등은 민간이 희생이나 미군기지 등의 문제를 다룬다. 김용태의 기념비적인 작품 'DMZ'는 미군기지 주변의 남녀 사진을 모은 콜라주다.
박영균은 전통회화 기법을 차용한 회화로서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고, 다큐멘터리 영상 '들사람들'에서 일제시대 이래 세 차례나 삶의 터전을 빼앗긴 대추리마을에서의 예술 행동을 정리했다.
탈북화가 선무는 삶의 터전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실존적 체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민주적 현실과 남북대립의 상황을 담은 회화작품을 보여준다.
김영철과 박건웅, 서용선, 김동유는 각각 디자인과 만화, 회화의 방법으로 냉전의 기억과 분단의 현실을 다룬다.
▲현실속의 분단 (3전시실)='현실 속의 분단'은 주로 풍경과 상황을 포착한 사진과 회화, 영상, 설치 작품들로 구성돼 우리 삶 속의 분단을 보여준다.
노순택의 '분단의 향기'연작으로 한국사회에서 고착화한 분단과 냉전의 현실을 담았다.
1980년대 이래 꾸준히 분단문제를 다뤄온 박진화와 손장섭, 정동석의 연작은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철책선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홍균은 현충원에서 만난 천안함사건 유가족사진을 통해 현실로서의 분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찬경과 전준호는 북한의 회화나 전쟁기념관 앞의 기념조형물 이미지를 차용한 영상으로 분단과 냉전의 현실을 표현했으며, 이세현은 풍경과 연작속에 대립과 갈등의 상황을 담았다. 이 작품들은 분단상황을 일상의 삶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아닌 삶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현실로서 재인식하게 해준다.
▲분단을 넘어서 (4전시실)=우리에게는 투 코리아와 미들 코리아 저 너머, 생명과 통일을 향한 큰 꿈이 있다.
'분단을 넘어서' 섹션은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려는 일련의 실천과 상상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신학철의 '한국 근현대사' 연작은 역사적 관점을 바탕으로 현실을 성찰하게 하며, 오윤의 '통일 대원도'는 농악 연주 상황을 통해서 전통적인 미감과 통일의 메시지를 살린 작품이다.
유동조는 북한군 포로 출신으로 인도에 정착한 장기화씨의 삶을 통해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상처를 겪은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치유의 언어로 승화했다.
김철겸은 풍경과 인물 작업으로 분단현실을 넘어 분단극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양아치는 미들코리아라는 개념으로 한반도의 대립을 넘어선 가상의 나라 미들코리아의 캐릭터를 포현했으며 임옥상의 대작은 철책선을 넘어서는 거인의 모습으로 표현된 문익환 목사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 오는 2011년 1월 21일 오후 1시 시립미술관 대강당에서 '분단시대와 한국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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