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
우리나라 금형산업은 1998년 처음 흑자 기조로 돌아선 뒤 2004년에는 수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에는 13억 달러를 수출해 무역수지 흑자 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세계 5위 반열에 올라섰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올해는 16억 달러를 수출해 14억5000달러의 흑자를 봤는데, 이 중 2억5000달러가 일본과의 무역에서 거둬들인 실적이다. 해마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실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품목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금형으로, 고무나 플라스틱 부품 제작을 위한 틀이 주종을 이룬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금속 소재, 즉 프레스 금형이나 다이캐스팅 금형 수출은 20%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특히 프레스 금형의 정밀도 수준은 일본보다 10년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점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과 일본 닌텐도 제품의 금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 훙하이정밀공업의 경우 1개월 걸리던 양산용 수지 금형을 10일 만에 생산해 화제를 모았다. 이 속도라면 그동안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생산 경쟁력 면에서 2년 후 중국의 추격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금형 인력의 노령화다. 기술 집약형 산업인 탓에 솜씨 좋은 인력 수급이 관건이 되지만, 3D업종이란 인식이 여전해 젊은 기술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생산자의 80%가 종업원 2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어 체계적인 인력 양성을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금형, 주조, 용접 등 6대 뿌리산업 분야의 인력난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현재 21개교인 마이스터고를 2015년까지 50개로 늘리는 등 기능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도 지난 5월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그 후속조치의 일한으로 2014년까지 뿌리기업의 제조공정 전주기에 걸쳐 IT를 융합하는 데 19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뿌리기술 명장의 기능 장려금을 2015년까지 체육올림픽 동메달 입상자 수준으로 인상해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전자가 2011년 가동을 목표로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하고, 150 명의 금형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는 선발된 인재들을 대상으로 세계적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우대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400억 원을 투자한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전남 광주에 설립한 바 있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협력업체에 일임했던 금형 관련 업무를 직접 관장하기로 한 것은 국내 금형산업 풍토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스마트폰 등에서 벌어진 격차가 첨단 통신기술이나 정보기술이 아니라, 바로 금형기술에 있었다는 분석이 이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해석도 있다.
금형산업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 최고가 돼야 하는 분야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업종으로 간주돼 온 이 분야에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결집되고 있어 반갑다. 금형산업은 이제 첨단산업이라는 인식으로, 산학연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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