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그리고 그 다음 회에 주인공은 다시 독백으로 물었다. “당신 꿈속은 뭐가 그렇게 험한 건데?” 그러자 여자주인공은 독백으로 대답했다. “내 꿈속에 당신이 있거든” 그러자 남자는 “나랑은 꿈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건가?”라는 물음에 여자주인공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와라. 내일도… 모래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세종시가 떠올랐다.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던 행정수도 이전을 충청지역에 한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서 그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세종시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세종시도 수정안이라는 것으로 한참이나 충청민의 마음을 울렸다. 이제 겨우 세종시가 우리에게 오는가 싶었는데, 막상 알고 보니 내용이 빠져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해서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만드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막상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지역의 명시는 없었다. 한 마디로 과학벨트가 우리 지역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대방은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는 행정도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그리고 세종시와 과학벨트에 그냥 막연한 사랑만을 고백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사랑고백을 상대방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비록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험난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그때까지 우리는 인어공주처럼 꼬리 대신 멋진 다리를 갖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때부터 우리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보다가 소리 없이 물방울처럼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세종시에 입주할 대상이 정해지고 세종시 건설이 조금씩 완성되어간다고 하더라도 세종시의 또 다른 축인 자족기능이 없이는 완성이 아니다. 세종시는 인어공주가 갖고 있던 멋진 다리도 있어야 하고, 인어공주가 갖지 못했던 멋진 목소리도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이 과학벨트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물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냥 결정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낫다. 그러나 그 건의문과 단체장들의 노력이 어딘지 모르게 드라마의 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만 같아서 어쩐지 아쉽다. 그냥 그렇게 인어공주처럼 옆에 있다가 물방울처럼 사라지게 세종시를 나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토록 마음 가득 사랑이 들어차 있다면 이제 그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자기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 될 것이다. 그냥 바라보는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시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평가받기 이전에 우리 충청의 생존문제이고, 또 충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충청과 함께하는 세종시와 과학벨트가 다른 지역과 함께 살기에는 어쩌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세종시가 국가의 중심이 되고 충청이 기틀이 되어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와야'한다. 드라마 여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처럼 이제 우리의 마음을 상대방도 알 때가 되었지 싶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독백일 뿐, 아직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 사랑을 받아주고 싶은데 아직 현실적으로 받아 줄 수 없다는 말이다.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아직 그 사랑을 받아들여 겉으로 표현하기에는 이른 모양이다. 그런데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조건이 있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세종시가 법적인 지위를 확보했고 행정구역도 정해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어떤 사랑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세종시와 과학벨트라는 사랑의 결실이 맺어져 국가의 미래에 대한 해피엔딩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다. 이제 떳떳하게 “너와 함께 할게”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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