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원]질서를 세우는 측정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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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원]질서를 세우는 측정표준

[사이언스칼럼]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10-12-20 14:24
  • 신문게재 2010-12-21 21면
  • 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센터 책임연구원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센터 책임연구원
얼마 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측정표준협력기구(APMP) 회의에 참석했다. 자료를 찾던 중 태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수의 군인들을 파견한 나라임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나라다.

▲ 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센터 책임연구원
▲ 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센터 책임연구원
APMP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각국 대표는 측정표준 개발현황을 회원국들과 공유한다. 또, 회원국의 측정표준을 서로 비교하는 국제비교는 매우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룬다.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측정표준과 기술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와 연관된 '스마트 그리드'(똑똑한 전력망) 워크숍이 하루 반 동안이나 열렸다. 내가 참여한 전기자기 기술위원회 일정이 하루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워크숍이었다. 그만큼 스마트 그리드가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관심거리임을 말해 준다.

겨울인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이 여름인 태국으로 가면서 겨울과 여름옷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계절 말고 두 나라의 차이를 좀 더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운전석은 왼쪽이지만 태국에서는 오른쪽이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70%를 차지하는데 반해 태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평야지대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한글 자모는 24개인데 태국어의 자모는 무려 76개나 된다. 귀국길에 기념품을 고르다 두 손을 모은 나무인형 뒤에 '미소의 나라, 태국'이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었던 우리나라를 요즘은 '변화와 혁신의 나라'라고 해야 할까. 이렇듯 문화는 다르지만 표준이 같거나 적어도 동등하면 삶이 편리해진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 지금, 표준이 같아야 소비자도 편리하고 교역도 원활하다. 쉬운 예로 신발크기 표시방법이 어디서나 같다면 소비자들은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편하게 고를 수 있다. 정보통신사회의 필수품인 전자제품의 성능을 재는 방법의 적절함과 재는 장치의 정확함을 서로 인정한다면 두 나라간 교역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어떤 도구로 대상의 특성을 재는 것을 '측정'이라 한다.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정한 측정의 기본단위는 길이, 질량, 시간, 전류, 물질량, 광도, 온도의 7개다. 여기에 넓이, 부피, 전력 등 여러 유도단위들도 더해진다. 각국의 측정표준기관(NMI)은 이들 단위들에 대한 측정표준을 만들어서 나라 안팎에 보급한다. APMP 회원국은 자기 나라 측정표준이 다른 나라의 그것과 동등함을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방도로서 측정능력을 서로 비교한다. 이것이 앞서 말한 국제비교다.

이제 우리나라와 태국의 같은 점도 살펴보자. 우선 사람이 산다는 점이 같다. 말과 글은 다르지만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같다. 그래서 그곳에서 묵은 사흘 동안 아침식사를 준비해 준 식당 사람들의 미소가 나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 있다. 여러 나라 과학기술인들이 만든 표준을 국민들이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서 사용함으로써 생활의 질서가 잡히고 신뢰가 쌓인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얼굴에 피어오를 미소를 본다.

다음으로, 풍경은 사뭇 다르지만 두 나라에는 자연이 있다. 또한 자연 속에 깃들어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있다. 측정표준을 연구하는 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정체인 지식과 지혜가 인간사회뿐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두 나라 국민 모두는 지구에 살고 있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모든 사람들은 하나뿐인 지구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잠시 지구에 세를 들어 산다. 하지만 월세는 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깨끗하게 사용하다가 다가올 세대에 물려주는 일은 우리의 책무다.

측정표준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공동체의 질서를 세워 신뢰를 높이고 산업 활동의 효율을 높이는데 크나큰 도움을 준다. 서로 신뢰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은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린다. 산업 활동에서 고효율은 최소한의 에너지와 노력으로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만듦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에너지를 적게 씀이요, 오염물질을 그만큼 적게 배출하는 것이다. 문화는 다르지만 측정표준을 만들고 그 동등함을 서로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여러 나라 과학기술인의 모습이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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