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입사 전 사기업에서 근무할 당시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던 터라 귀가 솔깃했다.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 연봉이 오르면 대출 이자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사기업 근무 당시 연봉이 2000만원에 불과했던 정씨의 현재 연봉은 3500만원대로 오른 상태다.
정씨는 “대출받은 지 2년이 가까워지는데, 은행에서는 안내장 하나도 보내지 않았다”며 “엄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인데, 아무리 은행이라도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신용대출을 받은 후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거나, 승진해서 연봉이 오르는 등 소득이 늘어났다면 당장 은행으로 가봐야 한다. 금리인하 요구권이 있기 때문이다.
16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 대출 약관상 신용대출로 돈을 빌린 고객들이 오른 신용도만큼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이 시행된 지 벌써 9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신용등급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했을 때 ▲연소득이 대출 당시보다 15% 이상 증가했을 때 ▲직장에서 승진했을 때 ▲변호사, 한의사 등 전문자격증을 따 관련업에 종사할 때 ▲은행거래실적 증대 등 신용상태가 좋아졌을 때 발동할 수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신규 대출이나 재약정, 연기, 증액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요청할 수 있으며, 연 2회까지만 가능하다. 재약정 때마다 이자를 깎는 방법을 문의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급여명세서와 재직증명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은행지점장은 0.5~2.0% 내에서 금리를 내려줄 수 있다. 다만, 일시상환 방식의 신용대출에 한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담보대출은 신청할 수 없다.
문제는 상당수의 신용대출자가 금리인하 요구권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 9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해당 조항의 약관에 대해 은행들이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객의 신상 변동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직접 찾아오는 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은행들이 굳이 나서서 손해 볼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각 기관과 회사의 인사가 집중된 연말연시에는 반드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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