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국재래시장학회장·한남대 교수 |
그러나, 롯데라는 기업이 맥도널드에 대항해 롯데리아를 만들어 도전해 성공한 것처럼, 영세상인의 업종에서 300마리 한정으로 선량한 자영업자를 위축시키거나, 소비자를 현혹시키지 말며, 통큰치킨 보다는 통큰경영을 선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야할 박지성·이청용 선수가 K리그에서 여러 가지 상을 타고 다니는 것처럼 격에 맞지 않고,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킨집은 피자보다 상권 밀집도가 높아 더 큰 피해가 예상될 것으로 판단했었고, 학자로서 필자가 걱정한 것은 이들의 매출 감소보다 대기업발 '가격 파괴'에 따른 일반소비자의 신뢰 추락이라는 점이었다.
소비자들이 보기엔 마치 치킨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걸로 볼 수 있지만, 생닭 한 마리당 납품가격이 4200원, 튀김용 기름 및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원가가 6200원 정도인데 “4200원짜리 닭을 납품받아 5000원에 파는 건 거의 밑지고 파는 것인데 이윤극대화를 위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미끼상품)이라고 해도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하겠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SSM(기업형슈퍼마켓)인 롯데마트가 상생법이 통과된지 불과 2주일만에 영세상인의 업종인 치킨을 들고 나온 것인데, 시기적으로나 기업의 이미지적으로나 롯데마트의 치킨판매중지는 환영할만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이번 서울에서 열린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의제에 포함됐다. 이는 기업의 최고 목표가 이윤 창출에 있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윤리적소비(Ethical consumption)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필요하게 등장한다.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중심인 합리적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비행태인 가격과 품질 보다는 상품이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공정한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비윤리적행위는 없었는지 저개발국(약자)의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한 공정무역제품인지를 따진다는 것이다.
스포츠 용품 관련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지난 1996년 주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이유는 나이키가 파키스탄 12세 어린이를 고용해 8시간에 60센트를 지불하며 축구공을 꿰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물건이 아무리 싸고 품질이 좋아도 공정한거래가 아니면 소비자들의 거부로 매출이 감소됨을 느낀 나이키는 그후 본사는 물론이고 협력사들까지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에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가 추가됐다. 공정무역 커피란 저개발국 커피 생산자들에게 자유무역 거래가의 3~4배 가격을 지불해 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커피 원두 거래방법이다. 이른바 '착한 커피'를 팔기 시작한 스타벅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공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매출 증가도 이루었다.
롯데마트의 치킨은 자영업자인 시장치킨을 제외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원가를 재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나,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의 윤리적소비,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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