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봉 한국특수메탈 대표 |
'돈 잘 쓰는 것'이 CEO의 덕목 중 하나라지만, 돈쓰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선대 경영인들 같았으면 회식자리나 직원자녀들의 학자금·특별격려금을 전달하면서 일장 연설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그런 대표이사들은 없다. 가급적 짧고 간략하게 인사와 오늘의 핵심사안을 말하고, 금품을 전달해야 한다.
송년회 자리라는 것이 직원들의 서운한 점 들어주고, 내년부터는 더 잘해보자는 격려와 덕담이 오가기 마련이다. 직원들은 술기운을 빌려 평소 하기 어려웠던 말도 해볼 수 있지만, 사장들로서는 속내를 내비치기 어렵다. 최근 몇 년 동안 송년회에서 취기를 빌려 몇 년째 운을 떼어 보았지만, 직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앙금처럼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기도 한데, 바로 '기부'다.
“A회사에서는 월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끝전을 기부하는 임직원 급여 끝전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 호응도 좋더군!”, “B회사에서는 1000원 이상 2만원 이하의 정액을 매달 기부하는 임직원 급여 정액기부운동을 펼쳐 10여개 사회복지시설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 “C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하면, 그 금액만큼 회사가 추가 자금을 대는 띠잇기 운동과 미숙아들을 위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군, 대단하지 않아?”,
“저 사장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그만하시죠. 그거야 월급 많이 받고, 잘릴 걱정 없는 회사원들의 이야기고요. 우린요, 먹고 죽을 것도 없어요! 그런 형편에 누굴 돕고 그러느냐고요. 월급을 화끈하게 올려주시던가요”, “맞아, 월급과 보너스 빵빵하게 받아봐. 나도 기부 열심히 하지…”.
“그래, 내년엘랑, 회사 잘 운영해서 월급 대폭 올리자고, 기부도 확실하게 하고 말야…”. 망년회 자리에서 수년째 되풀이 되고 있는 문답들이다.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져야만 기부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변화가 왔으면 한다. 금전적 여력이 없다 해도 '현재 가진 힘과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며, 기도와 격려도 큰 기부가 된다. 또, 기부가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을 실천을 통해 체득했으면 한다.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부를 한다. 첫 번째 이유는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64%)'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기업 가치제고(26%)'다. 세 번째는 불과 4%로,'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들었다. 소수의 답들은 “임직원들의 자긍심과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0.6%), 사장의 의지 때문에(1.9%), 세제혜택을 받으려고(1.9%)등이었다(이상 2007년 전경련자료).
기업의 성장은 CEO와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성원해주고, 관심을 가져준 고객이 없었다면 생존자체도 불가능했다.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간에는 기업인들의 기부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지 않은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필자 주변에도 '드러나지 않게'소외된 계층은 물론 문화계에 까지 폭 넓은 후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기업인들이 많다.
기업인이 기부를 강제한다 해서 기업과 직원들이 기부천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식의 전환과 깨달음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올 송년회가 기부문화 확산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