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판단기준은 행복·자유·미덕이다

'정의'의 판단기준은 행복·자유·미덕이다

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 '옳고 그름'에 대한 비판적 고찰 기회제공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10-12-14 14:13
  • 신문게재 2010-12-15 12면
  •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1953년 미네소타에서 출생하여 브랜다이스대학교를 졸업하고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주요저서로는《민주주의의 불만》《공공철학》,《완벽함에 대한 반론》등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 늘 궁금해 한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즉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공정하게 배분할 때 우리는 사회가 정의롭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설명한다.

첫 번째로,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행복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가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공리주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 경영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싫어한다는 전제 하에 공리를 도덕적·정치적 삶의 기초로 삼는다. 그러나 공리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과, 인간의 행복을 쾌락과 고통이라는 하나의 저울로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격을 받는다.

두 번째로, 정의는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언론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같은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유에 대한 주장은 현대 국가의 정치이념 논쟁으로까지 이어진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믿는 반면, 공평주의자들은 정의를 구현하려면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이 없도록 모든 사람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은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를 보장해 줘야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정의는 미덕과 좋은 삶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보는 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고, 좋은 삶을 정의하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18세기 이마뉴엘 칸트부터 20세기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철학자들은, 우리 권리를 규정하는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말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고대의 정의론은 미덕에서 출발하지만 근현대의 정의론은 자유에서 출발한다.

민주사회에서의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산모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지만 어떤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적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해 얻는 것이다. 정의의 의미와 좋은 삶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편견과 판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게 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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