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출장비 횡령 의혹 사실로

3년간 4700만원 빼돌린 혐의 22명 입건·23명 기관 통보… 조만간 업무추진비 수사결과도 구청측 “행정절차상의 문제”

동구청 공무원들의 출장비 횡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둔산경찰서는 13일 허위 공문서로 출장비를 챙긴 공무원 A씨(55) 등 22명을 업무상 횡령 및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횡령 금액이 100만 원 이하로 혐의 내용이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한 공무원 23명에 대해서는 입건하지 않고 조사 내용을 기관 통보했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수사를 통해 동구청 A씨 등이 지난 2007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모두 870여 차례에 걸쳐 출장비 47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

경찰에 입건된 공무원은 직급별로 4급 1명, 5급 5명, 6급 이하 16명 등이다.

이들은 실제로 출장을 가지 않았음에도 간 것처럼 공문서를 작성해 올린 뒤 1회당 1만~2만 원씩 출장비를 타내는 수법으로 개인별로 최소 100여만 원에서 최대 730만 원까지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 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출장 당일 구청 내 자신의 자리에서 컴퓨터로 계속 업무를 처리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또 본인의 연가 기간에도 출장을 갔다고 출장계를 올린 공무원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건된 공무원들은 대부분 혐의사실을 시인하고 있지만, 일부는 “정당하게 출장비를 수령했다”고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동구청의 경우 타 기관과 달리 출장비 집행이 과 단위로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출장비 집행)관리 감독이 허술해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출장비 유용사건 외에도 동구청의 업무추진비 부적절 집행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동구청은 수시로 오가는 관내 출장을 일일이 기록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부분과 출장 중인 직원의 컴퓨터를 업무상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일이 있는 만큼 직원들의 출장비 횡령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동구청 한 공무원은 “이번 사안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관례적으로 해 오던 것을 경찰이 손을 댄 것”이라며 “출장비를 신청ㆍ수령하는 행정절차 문제지 공무원 개인의 횡령으로 볼 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강제일·임병안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