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 충주대 석좌교수·전 대덕대학 총장 |
지식정보혁명으로 인해 세계가 하나임을 실감하는 지구촌 시대의 이면은 승자 독식의 시대, 패자 다중의 시대를 의미한다. 이것은 극단적이고 냉엄한 부의 불균형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동안 시민민주주의 이념인 자유와 평등의 상충관계 이상의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그래서 고대 공동체 사회 이후 다시금 진정한 풀뿌리 생활정치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 이것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실패가 증명된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기회와 희망의 분배와 확산을 통해서 배려와 희망의 생활정치가 활성화 되어야 이룩될 수 있다.
생성과 소멸의 자연법칙처럼 인간사회에도 두 흐름이 존재한다. 변화와 발전의 흐름과 정체와 쇠퇴의 흐름의 두 측면이 그것이다. 크고 길게 보면 인류사회는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살아남아 현존하는 그룹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지금도 진정으로 발전하고 있는 선진사회는 소수이고 혼란과 파멸의 흐름이 주도하는 후진사회가 다수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을 개인의 탐욕이라고 한다면 그 증상은 기득권의 누적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창의와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다. 사회전반에 제도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 쌓여 있는 기득권은 사회 구성원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암적 존재가 된다. 기득권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며, 혁신을 제도화하는 것이 정치의 소명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을 포함해 지식인을 규정하는 이데올로기 즉 정치사회적 이념은 좌와 우의 상대적 표현으로 구분된다. 이는 이념이란 본래적으로 절대적 극단주의를 배격하는 개념이며, 양 측면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정치사회적 이념은 어차피 다양하고 변화하는 현실상황과의 접목을 통해 형성되고 구현된다. 따라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이데올로기의 이전의 일관된 철학적 신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차피 현대 지식정보화 사회는 개인적 창의성과 집단 지성의 조화가 필요한 시대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정치 지도자는 이데올로기적 영웅이 아니라, 창의적 구도자로서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교육은 국민이 살아가는 이유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특히, 서민이 갈구하는 직업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이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강한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문화를 향유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의 뿌리를 가꾸고 선진시민의 문화생활이 담보될 수 있는 사회는 세계의 문화를 통섭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세계의 문화를 통섭하는 한국문화가 진흥될 때 우리는 세계 속의 진정한 한국인이 될 수 있다.
포용과 통섭, 배려와 희망, 창의와 혁신, 신념과 조화, 그리고 교육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치 비전과 제도를 정치 지도자들이 창출해 내야만이 우리가 당면한 실존적 현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