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전시 중구 산성동의 한 노후주택에 동 주민자치센터 직원과 사회복지사들이 방문했다. 이곳에 사는 함상진(60)씨는 마당에까지 뛰쳐 나와 이들을 반겨줬다. 자주 찾아와 안부를 물어주는 이들의 방문에 함씨는 무척 반가워했다.
▲ 지난 7일 중구 산성동주민센터 정백우 동장<사진 맨 왼쪽>과 서선화 사회복지사가 복지만두레로 연결된 함상진씨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
함씨가 정착한 집은 폐가였던 만큼 창문은 깨진 채 그대로였고 문은 물론 보일러도 뜯겨 없었다. 또 방안에는 누군가 내다버린 헌옷과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함씨는 치울 생각도 못하고 냉장고 종이박스를 방바닥에 펼쳐 그 위에서 생활했다.
함씨는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세상에 숨다시피 이곳에 왔을 때는 살아가는데 희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함씨의 어려운 생활은 산성동 사회복지사를 통해 산성동 복지만두레에 알려졌고 그때부터 복지만두레의 본격적인 자원 연결이 시작됐다.
먼저 몇 년째 폐허로 버려져 지저분했던 장판과 도배를 다시해야 했다.
도배경험이 많은 산성동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일단 방안에 버려진 헌옷 가지를 정리하고 지난 8월 장판을 새로 깔고 도배를 했다. 또 깨진 채 오래 방치된 창문은 새롭게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중구지역자활센터에서 직접 나서 오래된 창문을 이중창문으로 교체 설치했다.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보일러도 필요하자 이번에는 복지만두레와 협약을 맺은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나섰다. 가스공사 직원들은 함씨 집에 연탄보일러를 설치해 주고 잘 작동하는 지 시험운전까지 마치고 돌아갔다.
각계의 도움 손길은 계속됐다. 서구 탄방동에 사는 한 사업자는 함씨에게 휴대폰을 보내고 요금까지 직접 내주고 있다. 기독교사회복지관과 자원봉사회는 함씨에게 밑반찬을 전해주고 있다.
이같이 복지만두레와 연계된 개인·단체·기업의 자원이 도움이 필요한 함씨와 연결되면서 그의 집은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함씨는 “버려졌던 집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고쳐준 것도 고마운데 김치까지 전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화재로 잃어버렸던 삶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산성동복지만두레가 다양한 지원을 하지만 재정적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다.
벽지 도배에서 보일러, 밑반찬까지 복지만두레로 연결된 개인·단체·기업 등이 자신이 가진 사회적 자원을 조금 사용했을 뿐이다.
산성동복지만두레 강길성 회장(45·자동차 정비점 운영)은 “주민들과 단체, 기업 등이 가진 기술이나 자원을 촘촘한 그물처럼 연결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게 복지만두레의 의미”라며 “이를 통해 행정기관의 도움의 한계를 벗어나 효과적인 지역복지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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