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
약 보름간 길치에다가 내비게이션도 없는 비무장으로 하루에도 몇 학교씩 방문하면서 기억의 실종보다 더 두려운 것이 기억의 착각이란 사실도 실감했다. 비슷한 이름이나 이미지 속에서 가끔은 낯선 모습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카레이서가 되기도 했지만, 늦가을 초겨울을 배경으로 한 수업은 한편의 명화를 보는 듯 나를 행복하게 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나는 어릴 적에 다니던 학교를 회상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대입해 보았다. 칠판과 분필, 책상과 의자, 나무위에 까치집이나 운동장의 놀이기구까지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가 않아서 고향에 온 듯 포근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학교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은 더 이상 평화로운 표현이 아니다.
학교는 인큐베이터다. 학교는 창조적 인재육성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교실에서는 진통과 탄생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공개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이나 교사나 학교의 변화가 투명하게 노출되고 있다. 교사들은 질 높은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 생성과 공유에 어깨를 더욱 단단하게 걸었다. 좋은 사람 만들기는 좋은 수업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수업이 가장 민감한 과제로 떠올랐고, 그 결과인 평가 역시 공개의 핵이 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장(김태완)은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이후 15년간의 득과 실을 가름하면서, 교육개혁의 부진이유로 '동기저하'를 지목했다.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긍정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011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에 적용되는 2009 개정교육과정은 '무엇을 아는가?'라는 명제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역량 강화에 뚜렷한 동기를 부여하고, 참된 성취가 따르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좋은 수업에 대한 변인은 이렇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스타카토가 이동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감동을 주는 수업의 모습이다. 교사와 학생의 눈 맞춤에서 사랑이 오가고, 발견과 창의에서 환희가 높을 때, 우리는 아이들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재미있다. 또 하고 싶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다는 속살거림이 들릴 때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꽃처럼 예뻐 보인다. 꽃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수업을 보면서 나는 계속 기록을 한다. 장점도 단점도 다 보석이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꽃가루를 나르면서 더 많은 개화를 꿈꾼다. 시작은 어렵지만 그 매력에 빠지게 되면 결국 열렬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수업이다. 오늘도 교실에서는 좋은 수업과 사랑에 빠진 선생님의 볼이 발그레 익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공부와 사랑에 빠진 아이들의 볼도 발그레 익어가는 교실에서 대전교육이 별처럼 초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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