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다시 찾은 태안 근흥면의 한 해안가에서는 3년 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로 기름이 뒤덮였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사진제공=태안군청> |
김송희(25·여·안성)씨는 “남자친구와 서해안 여행을 하면서 3년 전 자원봉사했던 만리포 해수욕장을 코스로 선택했다”며 “그동안 기회가 없어 찾지 못했는데 다시와서 보니 기름 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안지역 바다 환경은 당초 우려와 달리 사고 전의 모습으로 빠르게 되돌아갔다. 국토해양부가 사고 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오염영향조사를 살펴보면 태안지역의 해수수질은 기준 수준(10ppb) 이하로 떨어져 있다. 또 퇴적물의 유류오염 수치도 사고 당시 농도에 비해 20배 이상 감소해 이곳에서 생산한 어패류를 섭취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자연환경과 달리 주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당시의 충격과 상처는 여전히 쉽게 아물지 않고 있었다.
겉모습과 달리 한 꺼풀 벗겨낸 생태계는 군데군데 흔적이 남아 있고 오랜 시간 기름에 노출된 채 방재 작업과 생활 전선에 나선 주민들은 건강상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허종일 태안환경보건센터장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태안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조사에서 방제작업에 오랜 시간 참여했던 주민들에게 세포 손상과 호르몬 이상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건강 회복을 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정해안에서 나오는 해산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피해보상이 늦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굴 채취 등으로 생활하던 노인들은 예년 수준의 굴 생산을 위해서는 아직도 2~3년을 더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생계 수단이 필요하지만 이들이 일할 곳은 많지 않다.
정모(69·여·소원면)씨는 “기름 유출 사고 이후 굴 생산이 안돼 일거리가 없어졌다”며 “더구나 겨울에는 할 일이 더 없어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유류유출 사고 3년이 지났지만 피해 보상을 위한 IOPC펀드 사정이 늦어지고 특별법 조차 피해 주민을 대출자로 전락시켰다고 한탄하는 주민들은 이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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