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벤처기업을 일구는 하이테크 창업은 가장 존경받는 일이다.”
▲ 임창만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기술사업화센터장 |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은 90년대 초의 일이다. 이전의 이스라엘 벤처창업가들은 어떻게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정부의 자금지원도 미미했으며, 마케팅 역량도 부족했다. 창업기업의 기술력은 뛰어났으나 해외시장 진출은 어렵기만 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미국의 선진 벤처투자 경험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했다. 미국-이스라엘 합작기업을 지원하는 버드프로그램은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미국 진출을 촉진하고, 90년대에 70개 프로젝트에 2억 5000만 달러를 집중 투자하여 8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였다. 벤처창업의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즈마펀드 역시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과 이스라엘 국내시장을 연계하여 창업가들의 글로벌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해 주었다.
국가적 차원의 글로벌 벤처투자시스템은 국내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내년도 연구개발투자비 규모는 금년보다 10%이상 늘어난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막대한 공공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과 같이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이 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의 글로벌 투자환경이 벤처투자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그 이유를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 및 유럽의 글로벌 대기업에 벤처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벤처투자 회수를 빠르게 진행하여 해외 투자를 견인한 전략은 국내에서도 벤치마킹 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창업지원과 벤처M&A지원 제도가 양대 축을 이루면서 장기간에 걸쳐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회수의 90%이상을 M&A를 통해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의 M&A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 회수도 IPO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금융위기 여파로 벤처캐피털의 보수화 경향이 강화돼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긴 초기기업(창업 후 3년 이내)에 대한 투자규모는 2007년 3650억원에서 2008년 2908억원, 2009년에는 246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신규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되고 있다. 이처럼 획일화된 수익구조로 인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의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면 벤처기업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등이 국내 벤처투자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금 회수수단의 다양성과 이를 위한 벤처기업에 대한 M&A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창업투자자에 있어 창업투자금의 조기 회수와 창업에 대한 재투자를 위한 벤처기업 M&A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기술금융 시스템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과 공동으로 창업 및 벤처M&A 펀드를 결성, 글로벌 기술사업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벤처창업투자 역량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7년 코스닥 제도 도입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열기를 경험한 바 있다. 벤처기업 M&A활성화를 위한 기술금융 시스템이 강화된다면 반드시 제2의 벤처창업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달 말 대덕특구에서 결성된 대전충청중소벤처기업 M&A협의회가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기술금융 시스템 제도개선을 위한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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