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형 충남대 의대교수 |
예를 하나 든다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자신의 여명이 몇 달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미리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며 말초신경의 손상으로 수 년동안 악화되는 신경통증으로 인해 마지막에는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만성통증이 얼마나 파괴적 질환인지 통증을 다루는 의료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만성통증이 왜 이렇게 파괴적인 것일까? 그것은 잘 치료되지 않는 통증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의 삶의 의지와 희망을 서서히 붕괴시키며 우울증, 불안, 불면 등의 질병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팔 혹은 다리의 골절이나 피부에 난 상처 등에 의해서 급성통증으로 며칠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급성통증이 며칠이 아니고 몇 달, 몇 년 아니 평생을 두고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코 쉬운 답이 아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만성통증은 그냥 방치해서는 결코 안되는 질환이다. 소염진통제 몇 알을 먹으면서 잘 되겠지하고 기다려서는 안되는 질환이다. 만성통증은 급성통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환으로 다루어 져야 한다. 보통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취급하며 이는 급성통증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갖게된다.
만성통증 환자의 50% 이상에서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으며 80% 이상에서 불면증과 불안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잘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더 악순환에 빠져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몸의 다른 부위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만성통증의 예는 신경손상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 대상포진후 신경통, 삼차신경통, 근섬유통, 요통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신경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통은 다른 만성통증에 비해 훨씬 치료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만성통증으로 고생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따른 건강보험 공단의 의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통증으로 고통 받는 경우 가능한 빠르게 통증의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만성통증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만성통증으로 넘어가게 된 경우는 통증에 관여하는 요인들이 단순히 뼈나 근육, 신경 등의 손상에 의한 것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통증에 의한 우울증, 불면, 불안이 더욱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절한 전문 의료진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가족관계, 직장에서의 동료관계, 경제적 손해 등도 함께 고려하면서 다방면, 다과적 의료분야 협력 관리가 필요하다.
평균여명 100세를 지향하는 현대에 수명만이 100세를 채우는 것이 아니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100년 동안 지속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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