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직장인의 음주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40대 이상 직장인이 폭음과 과음을 가장 많이 하며 남자는 직장 회식(86.1%), 동창회 등 각종 사회 모임(82.1%), 집안 행사나 모임(55.2%)의 순으로 음주 이유가 조사되었으며 여자에서도 직장 회식(75.7%), 사회 모임(67.6%)의 순이며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아서 마신다도 44.6%였다. 또한 발표되는 자료마다 다르지만 세계 1위 또는 2위인 우리나라 술 소비량 중 30%가 연말연시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고, 나아가 주량과 관계없이 누구나 마심으로 인해 폭음해야 하는 한국 음주문화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당한 술은 약, 과음은 독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적당히 마신 술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건강도 주는 등 효용성도 있다. 그런데 1, 2잔만 마셔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1~2병을 마셔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 술 몇 잔이나 몇 병이 적당하다고 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2005년에 제시된 미국 식품섭취권고안에 따르면 적절 음주는 하루 평균 음주량이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표준 음주 잔 수로 2잔 이내, 여성의 경우 1잔 이내가 의학적인 적절한 음주의 기준이며 노인은 그 절반이 적절한 음주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 이상의 음주를 의학적인 과음으로 정의하며 한번에 5잔 이상의 음주를 폭음으로 정의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주를 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교통사고,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술 취한 개인의 건강도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된다. 또한 술을 마신 후 정신이 맑아진 상태에서 술 취한 상태의 일을 기억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하는데 이러한 일시적인 현상을 기억상실(blackout)이라고 한다. 기억상실 기간 동안의 정신 기능에 대한 체계적 평가나 연구는 이루어진 바는 없으며 이러한 현상의 성격과 의미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의학적으로는 기억상실 증상은 알코올 의존의 조기 예견자이며 알코올 의존의 특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기억을 방해할 정도로 음주를 했었다는 것과 보통의 사회적 음주 수준에서는 기억상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술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경제적으로 볼 때도 한해 13조이상의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어울려 마음의 정을 담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고 우정과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우리의 좋은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량을 배려해주고 건강을 염려해주는 '배려하는 음주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또한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술자리 회식 대신에 단체로 영화를 감상한다든지, 볼링 등 스포츠 경기를 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직장에서는 회식을 단체 봉사 활동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집단의 단결력을 창출하는 방법은 음주이외에도 현명한 방법들이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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