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
사람들은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운동하려고 애쓰지만 육체의 건강만으로 마음의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운동'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과격한 운동보다는 신체의 효율적인 산소 소비량을 증대시키는 가벼운 운동인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 혹은 에어로빅 운동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 마음을 단련하는 데 필요한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운동' 즉, '마음의 에어로빅'은 무엇일까? 그것은 늘 좋은 음악을 가까이하는 것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그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국민적 영웅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성공 이면에는 음악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듯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경기장에 나타났다. 얼핏 보아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한 그 모습은 그동안의 슬럼프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가 게임의 결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 데 음악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아는 선수이기에 그렇게 했으리라고 확신한다.
음악에는 분명 우리 마음을 조절하는 어떤 놀라운 힘이 있다. 우리는 음악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듣는 것만으로도 음의 높고 낮음을 인식할 수 있고, 또 음들이 빽빽하거나 헐렁하게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밝고, 어둡고, 기쁘고, 우울한 음의 색깔을 느낀다. 어떤 경우 음악은 도저히 말과 행동으로는 소통시킬 수 없는 감정을 순식간에 전달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준 '신성한 영혼의 선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음악이 우리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음악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음악에 의한 심리 혹은 정신 치료라는 학문 분야로 발전했고,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식물이나 농작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음악이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우리의 정신 건강에 좋다.
이제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한 해 동안 우리의 마음을 헝클어 놓았던 나쁜 기억들을 정리하고 정화시킬 시점이다. 진한 커피 향을 타고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공연장을 찾아 그윽한 음의 향연으로 '마음의 에어로빅'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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